93년생 코치 : 글 쓰는 개발자 송범근

소문난 커리어꾼이자 많은 스타트업 동료들의 코치인 송범근은 '듣기와 질문하기'를 통한 스타트업 씬의 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93년생 코치 : 글 쓰는 개발자 송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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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타트업 씬의 90년대생을 조명합니다. 오늘은 스타트업 업계 여러 사람들의 코치가 되고 있는 작가이자 개발자 93년생 송범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듣기와 질문하기'는 스타트업 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경쟁과 생존의 문제로 가득 찬 스타트업 업계에서 뚜렷한 색깔을 가진 생각하는 사람(thinker)이나 행동하는 사람(doer)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좋은 생각과 행동은 스타트업 씬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엔진이죠.

하지만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listener)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질문을 해주는 사람(questioner)은 이 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치열하게 부딪치느라 바빠 죽겠는 스타트업 바닥에서 남의 말을 듣고 질문이나 하는 것은 시간낭비나 사치에 불과할까요?

낭투파의 친한 친구이자, 스타트업 업계에서 드문 '좋은 청취자이자 질문자'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범근의 이야기를 통해 답을 떠올려 보고자 합니다.

0.Who's 송범근?

범근은 작년에 작성한 '낭투파가 부릅니다 "벌써 일년"'에 잠깐 언급한 Eddy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입니다.

범근을 소개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대체 어떤 사람이야?"

범근의 커리어는 언뜻 보기에는 조금 이상합니다.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한 그는 블록체인 컨설팅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 스타트업 전문 기자, 웹툰 콘텐츠 PM을 거쳐 현재는 토스에서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일하고 있죠. 문돌이가 개발 공부를 한지 10개월만에 토스 개발자가 된 이야기는 업계에서 꽤나 바이럴을 타기도 했습니다. (커리어 전환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문송’했던 송범근 전 아웃스탠딩 기자가 토스 개발자가 된 비결
아웃스탠딩에서 일했던 송범근 기자는 참 좋은 동료이자 유능한 기자였습니다! 워낙 주옥같은 기사를 많이 썼던 터라 아스 독자 중에도 팬이 참 많았고 취재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높았습니다. (참조 - 송범근 전 아웃스탠딩 기자의 기사 모음) 똑똑한데다 인품도 좋아서 부족한 동료(는 바로 저

그는 단행본 작가이자, 블로거이자, 또 유튜버이기도 한데요, 변덕스러운 커리어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일관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씬에서 고민 많은 창업가들과 problem-solver들의 코치가 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조금은 사적인 대화를 섞어 담아 보았습니다.

1.꽤 사적인 인트로

사실 범근은 제 커리어 선택과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번의 순간에 영향을 준 친구입니다. (저도 경험많은 선배님이나 멘토가 아니라 동갑내기 친구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줄은 몰랐네요 😄)

첫 번째는 대학교 졸업 후 첫 커리어를 신생 VC 에서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팀에 조인했고, 법인 설립과 동시에 대학을 졸업하며 벤처캐피탈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신생 VC신입 심사역' 이라는 둘 중 하나만 택해도 위험한 선택지 중에 '난 둘 다'라고 외치기 전 구한 여러 조언들 사이에서, 범근이 말해 준 "하고 싶으면 해봐.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어?"라는 굉장히 단순한 조언이 마음을 후벼 판 기억이 있죠. 그 말의 발화자인 범근은 진짜로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 사람'으로 보였거든요.

"말이 쉽지. 진짜 하고싶은 거 하고 살다니.."

두 번째는 당연히 낭만투자파트너스를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에도 반년에 한 번씩은 거의 상담에 가까운 티타임을 이어왔는데, 22년 중반 즈음 시장 침체기와 함께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현직 주니어 VC로서 미디어를 하는 것'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게 된 것도 범근의 도움과 함께 였습니다. 당시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선택이죠.

요즘 범근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의 좋은 코치가 되고 있습니다. 동료 개발자부터 꽤 성장한 스타트업의 창업자까지 그의 고객이 되고 있는데, 대체 30대 초반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다른 이의 코치가 될 수 있는지, 또 스스로에게는 어떤 질문을 하며 색깔있는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았습니다.

2.코치, 그게 뭔데?

코칭이라는 말은 원래 스포츠에서만 들어봤는데, 지금 말하는 코칭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범근] 코칭을 설명하는 말은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코칭은 체험형이라는 사실이에요. 직접 겪어보는 것과 설명만 듣는 것은 명확히 다르거든요.

[성킴] 그렇다면, 저는 티타임으로 몇 번 느낌만 겪어본 것 같긴 하지만, 제대로 한 번 받아볼 수 있나요? 맥락에 어울리게, 다른 이야기보다는 '낭만투자파트너스 운영진'으로서의 고민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낭투파에서 기획을 주로 맡고 있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조금 많거든요.

낭투파 동아리방에서 한 시간 동안 낭투파 경영진으로서 코칭을 받아 보았습니다. 처음 코칭을 받는 분들에게 코칭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예시로서 영상 원본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혹시 직접 코칭을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댓글이나 저희 컨택 채널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와우! 글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네요. 사실 요즘 크고 작은 처음 겪어보는 문제들 앞에서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내 과거 이야기를 하다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느낌은 알았는데, 코칭이 무엇인지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코칭은 코치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구조화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속에 있는 답을 끌어내는 것이에요.

코칭의 전문성이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영역 전문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코칭, 리더쉽 코칭, 임원/팀장 코칭처럼 특정 영역을 코칭에 첨가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게 코칭의 근본적인 의미는 아니죠.

코칭은 코치의 전문적인 세팅과 질문을 기반으로, 깊은 대화를 통해 피코치가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꺼내 놓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에요. 말로 설명하기는 역시 어렵네요. 그래도 한 번 받아보니 느껴지죠? 😄

코칭의 전문성에 대해 더 물어보고 싶어요. 솔직하게 '네가 뭔데 코칭을 하냐'는 질문을 받을 것 같은데, 코치로서의 당위성은 어떻게 얻게 되는건가요?

모든 사람들이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고 살죠. 하지만 업무 회의나 일상 속 대화는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모두가 알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씩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고,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고, 어쩔 때는 스스로의 취약한 부분도 털어 놓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깊은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고,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도 많지 않죠. 하지만 코치는 상대가 누구든 빠른 시간 안에 이런 깊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죠. 이게 바로 코치의 전문성입니다.

누구나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지나가듯이 깊은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테죠. 하지만 흘러가는 대화가 아니라 나 자신을 전체로서 드러내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전문적인 코치들이 만들어줄 수 있어요. 사실 저도 코치를 받아보기도 했는데, 마스터 코치들이 끌어내는 대화의 다이나믹스는 수준이 다르더라고요. 저는 아직 초보 코치입니다. 😄

궁극적으로 코칭 활동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죠?

사실 목표는 단순해요. 상대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그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어떤 사람의 인생이 발전하는데 실제로 도움을 주는 사람은 몇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실제로 여러 사람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비유하자면 헬스 PT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운동 능력이 좋아지고 자세를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과 같은 마음이죠.

사실 국내 스타트업 씬에는 코치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스타트업 업계에서 코칭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코칭은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고 스케일업이 어려운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격도 꽤 비싸죠. 그래서 코칭은 주로 개인 고객 보다는 기업 고객이 큰 산업입니다. 자연스럽게 임원이나 팀장급들에 대한 교육투자를 할 수 있는 외국계기업/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더욱 재밌는 사람과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런데 스스로의 줏대와 동기가 뚜렷한 사람들은 스타트업 쪽에 밀도가 높죠. 저는 그런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인 동인이 더 크지만, 다른 코치 중에는 스타트업 씬에 세상을 바꿀 잠재력이 큰 사람이 많기에 임팩트의 크기를 고려하여 접근하는 분들도 있죠.

(필자 주) 국내와 달리 미국 스타트업 씬에는 유명한 코치들이 존재한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라는 책으로도 국내에 알려진 빌 캠벨은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의 스승이었으며, Trillion dollar coach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 낭투파에서 다루기도 했던 맷 모차리는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과 세콰이어, 벤치마크와 같은 VC 파트너들의 코치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와 에릭 슈미트는 코치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그들도 코칭을 받기 전에는 본인에게 코치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낭투파를 보시는 분들께 코칭과 관련하여 한 마디 해줄 수 있나요?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은 외부의 정보를 끊임없이 찾아요. 새로운 콘텐츠, 유명한 책, 방법론, 타 기업의 전략 등. 물론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결국 진짜 변화는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외부에서 정보를 주입받기 보다는, 스스로 압력을 받아야 의지, 철학, 생각이 굳건해지죠. 그제서야 인생이 바뀌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내면의 나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택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쥐어짜면서라도 생각을 끌어내는 작업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곤 하죠. 그런데 이것을 전문적인 세팅 하에 '말'로 하는 작업이 코칭입니다.

특히 큰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내부의 줏대를 쌓는게 필수적이잖아요. 내부의 줏대는 외부의 입력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환경에 자신을 던짐으로서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낭투파를 본다고, YC 영상을 본다고, 스티브 잡스의 강연을 본다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

(그래도 낭투파는 많이 사랑해주세요 🤗)

3.꿈에 대하여

코칭에 대해 이야기 하며 중간중간 언급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동기부여에 대해 더 묻고 싶어요. 어려운 질문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을 꿈꾸고 사나요?

'지식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요.사실 아직 이거말고 적합한 단어를 못찾기는 했는데요, 두 가지 요소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첫째, 아주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둘째, 동시에 그 지혜와 인사이트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사실 표현이 다소 모호한 것 같아서, 평소에는 그냥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가 꿈이라고 얘기해요.

왜 그렇게 얘기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들이 있는데요, 다들 제각각의 모습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1) 글로벌 베스트 셀러를 쓴다.
2)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3)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이 내 인생을 바꿔줬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짧게는 '글로벌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이야기 하죠.

'지식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지식 인플루언서'인가요?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그렇게 똑똑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혼자 똑똑해지고, 해탈의 경지에 가는 것이 목표는 아니죠. 그 지혜와 인사이트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도 언젠가 죽겠죠. 그런데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정말 뿌듯한 일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영감을 준다.' '다른 이들의 인생에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죽으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려면 단순히 지혜와 지식을 많이 쌓는게 능사는 아니죠.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텔링 뛰어나야 하고, 내 생각을 공감해 줄 독자와 청자가 있어요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식 인플루언서는 누가 있나요?

  • 백종원
  •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이자 투자자인 '나발 리바칸트'
  • 스티브잡스,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의 코치였던 '빌 캠벨'

이런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이 사람들은 제가 말한 두 가지를 갖췄어요.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를 찍었고, 깊은 지식과 경험을 쌓았죠.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글쓰기, 말하기, 스토리텔링이 정말 뛰어난 인물들입니다. 그걸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크게 바꾸죠. 그 점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그럼 '코칭'은 그 여정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코칭은 답을 이끌어내게끔 하는 것이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맞죠. 저도 처음에는 백종원과 유발 하라리처럼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도 쓰고 유튜브도 만들었죠. 아직도 지식을 쌓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열심히 하고있고, 여전히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코칭은, 저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콘텐츠를 통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지만, 실제 이를 접한 사람들이 변화와 성장이 있는지 보기는 쉽지 않죠. 반대로 코칭은 시간이 많이 들고 스케일업도 힘들지만 한 명 한 명 단위로는 콘텐츠와는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게 명확하게 보입니다. 그렇기에 획득해야 하고,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이라 생각해 집중하고 있어요.

4.커리어에 대하여

테헤란로에 소문 난 '커리어꾼'이기도 하잖아요. 스스로에게는 어떤 질문을 하고 살고 있는지 듣고 싶어요.
창업가, 작가, 기자, 웹툰PM 그리고 개발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저에게 과거 말해준 '하고 싶으면 해'라는 문장이 설득력있게 들려요.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도 되나요?

저는 커리어에 인생의 가치를 많이 두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히 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모든 사람에게 설득력을 갖지는 않아요. 최근에 심리학 책을 하나 읽었는데, 사람은 크게 optimizer와 satisfyer 두 유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비유하자면 액티브 투자와 패시브 투자 같은 것인데,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미친듯이 추구하지만, 누군가는 적당한 선택지를 찾으면 멈춘다는 거죠. 사실 행복에 대한 통계만 따지면 적당한 선택지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satisfyer가 평균적으로 더 행복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항상 행복만이 기준이 될 수는 없잖아요? 자기의 가치를 만들고 싶어하는 영역에서는 optimize, 액티브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커리어가 그런 영역이죠. 그렇기에 저는 계속해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으며 꿈을 달성하기 위해 한 발 한 발 가고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액티브 투자를 하는 영역이 커리어가 아니라 가정이나 다른 요소일 수도 있기 때문에, 커리어에 대해 '하고 싶으면 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좋은 조언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커리어를 선택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복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하나의 결정을 하고 사이클이 돌고 나면, 그 결과와 생각을 글로 기록하며 복기를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전에 한 선택에 대해 '어떤 것이 나랑 맞았고, 어떤 것이 안맞았는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결론을 짓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곤 했죠. 마치 드래곤볼 모으듯이 나에 대한 지식을 가설과 경험에서부터 모으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직업을 보면 연결이 하나도 안되는 것 같지만 나에 대한 지식의 관점에서는 계속성 있는 선택들을 해나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커리어 선택에서 어떤 것을 얻었는지 이야기를 예를 들어 소개해줄 수 있나요?

창업을 하면서는 '스윙이론'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창업을 하던 처음에는 똑똑하고 허슬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결국에는 끝까지 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창업을 한다는 것은 계속 공이 날아오는데 삼진아웃 당하지 않는 스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헛스윙 하더라도 한 번 홈런칠 때까지 안 포기하는게 중요한 게임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 홈런 칠지는 모르고 수백번 헛스윙을 하더라도 계속 타석에 서는게 즐거워야만 하죠.

당시 창업했던 아이템은 당시의 사명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저라는 사람 자체가 사명감보다는 개인적인 행복과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창업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 헛스윙을 하는 타석에 서는게 즐겁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창업을 통해 얻은 것은 제가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사람들에게 지식을 설명하는걸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웃스탠딩이라는 매체의 공고를 보고 스타트업 전문 기자가 되었죠.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엄밀한 복기에 기반한 선택이었어요.

또 스타트업 기자를 하면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는 것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확인했지만, 직접 문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를 한다는 것에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리디의 웹툰 사업부로 옮겨, 웹툰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맡기도 했죠.

이러한 방식으로 경험을 통해 하나씩 얻고, 하나씩 지우며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나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련해서 실제로 해보고 성공한 전략이 몇 개 있어서 공유 해볼게요.

첫 번째, 마이크로한 동기부여를 찾아야 합니다. 마이크로한 모티브가 하나 하나 모여서 열정이 되는 것이지, 너무 큰 사명에서부터 길을 찾다보면 길을 잃기 쉬운 것 같아요.

두 번째, 복기를 해야 합니다. 저는 복기의 방법으로 글쓰기와 명상을 활용했어요. 모든 선택은 실제로 겪어보면 생각과 다르기 마련인데, 만약 기대한 100 중 80은 버리고 20은 챙기는 것도 의미가 큰 일이죠. 그렇게 하다보면 인생의 우선순위가 점점 필터링 되어서 정수가 남게 됩니다.

세 번째, 선택지를 없애면 없앨 수록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인지하면 좋아요. 예전에는 yes라고 말하는 일이 정말 많았고 여전히 하고 싶은게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no라고 이야기하고 버리는 선택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가슴 뛰는 일을 찾지 못할지라도, no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만 하는 것도 성공한 커리어투자라고 생각합니다.

5.마무리하며

범근은 역시나 스타트업 씬에 몇 없는 '잘 듣고 질문하는 사람'이지만, 또 좋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더군요. 앞으로도 멋진 본인의 이야기를 쌓아가며, 또 청취와 질문을 통해 (저를 포함) 여러 사람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길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인상깊었던 몇 부분을 짧게 요약정리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코칭]

진짜 변화는 외부의 입력이 아닌 내면에서부터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코칭은 코치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구조화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속에 있는 답을 끌어내는 것이다.
전문적인 코치는 상대가 누구든 빠른 시간 안에 깊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꿈]

궁극적으로는 1)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2) 그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죽기 전에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영감을 준다.' '다른 이들의 인생에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다.

[커리어]

커리어의 선택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1) 마이크로한 동기부여를 찾는 것, 2) 선택의 결과를 복기하는 것, 3) 선택지를 없앨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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