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힙한 VC, EF Ventures
Electric Feel Entertainment는 현 시점 가장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에이전시이자 빌보드 1위 곡을 19곡이나 제작한 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이다. Electric Feel Entertainment의 수장 오스틴 로슨(Austin Rosen)은 그의 히트메이커 역량을 벤처 투자씬으로 옮겨오고 있다.
크릿벤처스의 투자팀에서 일하며 흔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팬덤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산업', 'WEB3.0' 등으로 불리는 영역에 투자를 하고 있다. 명확한 성공 방정식이 존재 하지 않고 호흡이 굉장히 빠른 영역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지만, 계속 공부하고 훌륭한 창업자들과 대화하며 투자 theme을 만들어 가고 있다.(투자 theme에 대해서는 나중에 찬찬히 썰을 풀어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최근 느끼는 한 가지 한계는 상당한 시장 규모와 성장성에 비해 크리에이터/팬덤 시장에 대한 국내 VC의 관심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어떤 VC 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지 시선을 돌리곤 한다. 물론 A16Z나 Sequoia Capital 과 같은 탑티어 대형 VC도 이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들보다는 조금 더 규모가 작거나 신생인 VC에서 훨씬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로 투자를 집행하는 케이스를 많이 만나곤 한다. 그렇게 알게 되는 VC들을 종종 소개 드리고자 한다. Electric Feel Ventures (이하 EF Ventures)가 그 첫 번째 사례이다.
웹사이트는 따분해. Check Our Instagram!
EF Ventures를 처음 접하고 좀 더 알아보고자 검색을 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웹사이트는 나오지 않고 인스타그램 계정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세상 이렇게 힙할 수가. EF Ventures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따분하게 기사나 VC 데이터베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피드와 스토리를 확인해야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의 PORTFOLIO 스토리 하이라이트를 눌러 보시면 된다. 대체 어떤 아이디어와 방향을 갖고 있는 VC일까?
본질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
오스틴 로슨(Austin Rosen)이 Electric Feel Entertainment를 설립한 2013년에 그는 패션 업계 출신의 20대 청년이었고,(패션 브랜드 Theory의 창업자 앤드류 로슨의 아들이다) 음악 애호가라는 점을 제외하면 엔터테인먼트 관련 배경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탤런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사업 접근에 있어 뮤지션, 작곡가, 프로듀서 간 경계를 지우는 것에 집중했다. Management 회사는 뮤지션을, Record Label은 작곡가, 프로듀서를 데리고 있는 미국의 일반적인 사업 형태에서 벗어나서 Electric Feel Entertainment라는 레이블 안에 역량 있는 뮤지션, 작곡가, 프로듀서를 모두 영입했고, 이들 간의 협력을 통해 음악적 시너지를 내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외부의 스튜디오나 레이블과의 협업을 꺼리지 않았고, 이를 통해 빌보드 Hot 100 차트 상위 10개 곡 중 적어도 하나의 EF 구성원이 참여한 곡이 놓이는 기록을 100주 동안 유지하였다. 오스틴 로슨은 과거 오프라인 스튜디오와 콘서트장 중심일 때부터 틱톡,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심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업의 본질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출발하고 점을 연결하는 것(connecting the dots)이라는 점을 견지하고 있다.
"저는 프로듀서들과 작곡가들이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저희 로스터에 포함시키고 엄청난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각각 적절한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EF Ventures 역시 이와 같은 철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던 2020년 오스틴 로슨은 USD 30M 규모의 펀드를 런칭시키며 벤처투자 시장에 데뷔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셀럽 네크워크를 딜 플로우에 참여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Starface라는 스킨케어 브랜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EF Entertainment 소속의 빌보드 1위 힙합 아티스트 24kgoldn 을 공동투자자로 참여시켰고, 마케팅 협업을 하여 실질적인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 또 저탄수 빵 브랜드 스타트업 Hero Bread에 투자할 때는 NFL 슈퍼스타 톰 브래디를 참여시키며 그의 영업망을 통해 Hero의 Subway 납품을 돕기도 했다.
또한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독보적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및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에 엔터테인먼트, 소비재 브랜드 등에 투자할 때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해줄 수 있어 A16Z, Maveron 등 대형 VC로부터 지속적으로 딜소싱을 받는 포지션을 구축했다.
로슨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접근하는 방식과 벤처투자 산업을 접근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찍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재능과 기술에 투자하고, 다른 훌륭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고,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대표 포트폴리오 #1. Koji
EF Ventures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필자가 리드 투자한 Link-in-Bio 서비스 '인포크링크(회사명 ABZ)'의 글로벌 peer인 Koji의 투자 기사였다. 요즘의 브랜드, 셀럽, 인플루언서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치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며 다양한 소비자군에 대해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커머스, 후원, 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위 '팬덤 수익화' 활동을 진행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sub-product의 형태로 이러한 니즈를 공략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의 니즈는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단일 플랫폼에 귀속되지 않는 third party solution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Link-in-Bio 서비스이다.
Link-in-Bio는 Linktree가 최초로 개척한 영역으로,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여러 서비스를 위 그림처럼 한 곳에 모아놓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요즘에는 이에 더해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니즈를 공략한 sub-product를 link-in-bio 안에 더해가는 추세다.
Koji는 2021년 설립된 Link-in-bio 스타트업으로 'Supercharge your Link-in-Bio'라는 슬로건과 어울리게 유사 서비스 중 최대 규모의 앱스토어를 구축했다. 커머스, 기부, 콘텐츠 등 다양한 앱 생태계를 구축해서 Link-in-Bio 유저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형태로 구축해두었는데, D2C 쇼핑몰 빌더 Shopify가 앱스토어를 통해 셀러들을 위한 모든 부가 서비스 생태계를 플랫폼 형태로 구축한 것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F Ventures는 2022년 1월 Koji의 USD 20M 유치 라운드에 참여했는데, 재밌는 점은 Koji의 다른 투자자로는 Galaxy Interactive나 BITKRAFT 같은 크립토 펀드들이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팬덤 비즈니스가 WEB3.0의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기성 크리에이터 영역이 직접 크립토 영역과 직접 붙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본다.)
대표 포트폴리오 #2. Autograph
EF Ventures를 두 번째로 접한 것 역시 재밌게도 필자가 리드 투자한 '마이바이어스(회사명 라굿컴퍼니)'의 글로벌 peer인 Autograph에 대해서 공부할 때였다. 굉장히 유사한 영역에 유사한 아이디어를 갖고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지난 1년간 NFT는 최고의 투자 대상에서 최악의 투자 대상으로 변모했다. 시장 내 대부분의 NFT가 아무런 사용성을 지니지 못한 채 각종 내러티브에 의한 가격 펌핑 현상만 존재했기 때문에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 없었다고 본다. 이에 NFT 산업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살아남기 위해 실질적인 유틸리티를 찾을 것이 요구 받고 있는데, NFT의 발행자와 구매자가 높은 신뢰도로 지속 연결될 수 있다는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NFT 시장의 구원 투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브랜드, 셀럽, 인플루언서 중심의 크리에이터/팬덤 산업이다.
크리에이터 NFT 산업은 1) 구심점이 되는 크리에이터, 2) 투자자 혹은 팬덤으로 이루어진 커뮤니티, 3)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 사이의 상호작용의 세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Autograph은 이 중 1번에 어마어마한 역량이 있다.
Autograph은 NFL 슈퍼스타 톰 브래디가 co-founder로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톰 브래디의 네트워크를 레버리지 하여 스포츠스타 중심의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하였다. 톰 브래디(미식축구), 타이거 우즈(골프), 데릭 지터(야구), 토니 호크(스케이트보드), 나오미 오사카(테니스), 우사인 볼트(육상) 등이 있으며 R&B 가수 더위켄드 역시 주주이자 NFT 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각 셀럽을 중심으로 NFT를 발행하고 NFT 홀더에 대해 각종 멤버쉽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엄청난 네임밸류와 호황장의 수혜를 통해 NFT 민팅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으나 다른 두 가지 요소, 커뮤니티와 지속가능한 상호작용 구축까지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과제가 남아있다.
EF Ventures는 Autograph의 2022년 1월 USD 170M 유치 라운드에 A16Z, Kleiner Perkins 등과 함께 참여하였다. 이들과 같은 탑티어 VC가 엔터테인먼트 투자건에 대해 EF Ventures가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맥락과 상통하는 딜이라고 여겨진다.
나가며
EF Ventures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지는 채 2년이 되지 않았기에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 봐야 한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적극적으로 벤처투자 산업에 대입하고 있다는 점, 독보적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실질적인 경쟁 우위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이를 통해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정말 '힙한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는 점 등은 기존 자본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발아하기는 힘든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적인 딜 소싱과 차별적인 가치 상승 기여 역량이 차별적인 성과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Electric Feel Entertainment의 24kgoldn의 빌보드 1위 곡 'Mood'를 들어보시며 Electric feel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