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벤처투자자는 어떤 밸류를 만들수 있을까? 2년간 실험해봤습니다
스터디원 절반이 창업한 예비창업자 스터디를 운영해보고 느낀 점들을 풀어보았습니다. a16z에서 투자유치를 하시고 또 다른 팀은 수십만 고객 분들을 몇달만에 만족시킨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저도 저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결국 더 멀리가고 크게 가려면 혼자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하며 화학작용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예비창업자는 시장 밖에 못 선택합니다.
벤처투자자 입장에서 극초기 스타트업을 바라보면 크게 2가지 요소로 회사를 살펴보게 됩니다.
2) 진입 시장, 산업
결국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창업팀은 본인 스스로 고정값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요소는 진입 시장, 산업 뿐이라고 생각들었습니다. 창업팀의 우수함과 문제 해결능력은 믿고 스스로를 믿고 달려야만 하는 요소니깐요.
진입 시장은 공평하지 않다.
VC로 일하다 보면 시장을 잘 정의하고 파악해서 멋지게 공략한 스타트업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스타트업의 전형으로 보이는 영역은 너무 작은 부분인데 확대 해석된다는 점 입니다. 이커머스 처럼 정말 시장이 크기에 모두가 혈투를 벌이며 원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뛰는 시장도 있지만, 수조원, 수십조원의 시장을 소수의 스타트업 플레이어가 경쟁자에 대한 걱정 없이 큰 시장 내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형성하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서 위대한 기업이 되는 여정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VC의 입장에서는 그런 기업들을 종종 보게 되고 정말 그런 시장을 공략한 창업자들과 그들을 믿어준 투자자들이 부럽고 멋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안경점과 제작업체들의 폐쇄성에 안경산업에 뛰어드는 사업자가 없을 때 패션브랜드로 산업을 정의하고 파고들어가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한 핀테크 영역이 큰 시장이라고 모두가 정의하고 P2P 금융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시점에 캐시노트와 같은 서비스로 사업을 전개한 한국신용데이터 같은 사례도 너무 시장을 잘 읽은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표면에 드러난 기회와 물밑에 흐르는 진짜 기회에는 늘 차이가 있게 마련이에요. 2010년 초, 소셜커머스 기업이 수백 개에 달했습니다.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요. 2015년 말부터 2016년 사이에도 온라인 P2P(Peer to Peer) 대출 서비스가 100개도 넘게 쏟아졌는데, 소셜커머스 광풍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더군요. 핀테크건 테크핀이건 결국은 금융업이 본질이고, 금융의 기반은 신용정보 인프라라고 정의했습니다. 자본주의 금융의 본질은 신용의 확장이니까요. 한국신용데이터라는 사명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케이스가 존재한다고 생각치는 않았습니다.
인도에서 2023년에 영업이익이 나고 있는 유니콘 스타트업을 살펴보자 정말 여러방면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있었고, 2017년 이후 창업이면 정말 얼마 안되어서 AI 붐도 없을 때 단기간 내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사실 왠만하면 들어본적도 이 기업들의 스토리를 알아보면 무언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들었습니다.
더 이상 기업가치 1조원의 기업이 아닌,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기업을 찾아야한다는 외침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난무하였습니다.
창업 시장 스터디 경험과 그 결과
창업할 시장에 대한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좋은 투자 방향이건 창업에 대한 나만의 식견이든 성장하리라 믿고 실행에 나섰습니다.
1) 다양한 시장을 바라봐온 VC 중 창업을 품고 있는 사람 절반,
2)각자의 이유로 바로 창업하지 않고 마음속 창업 Due-date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 현직의 예비창업자 절반으로 해서 스터디를 2년간 운영했습니다.
저는 5명의 예비창업자 멤버와 함께 약 30개의 시장과 기업을 스터디하였고, 현재는 그 중 3명이 창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희가 스터디한 시장과 기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 외국인 노동자 시장, B2B 결제 시장, 세컨핸드 시장, B2B 철강업체, B2C BNPL & EWA, B2B 뱅킹, GAN AI, 로보틱스, EOR, 독점시장, 성인 시장, Media Art 등 국내 스타트업 씬에서는 주류로 여겨지지 않는 시장들이 포함되었습니다.
- dLocal, Flexport, Jasper, Lemonads, Mambu, 트릿지, MindGeek, Clickup 등 영업이익도 내고 성장률도 뛰어난 회사들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1달에 1번 일요일 10:30에 모여서 3시간 정도를 샌드위치, 김밥과 함께 소화했습니다.
주된 프레임워크는 아래와 같이 진행했습니다.
1. 기업 정보
1. 기업 간략 소개 (사업, 매출 구조, 기업가치)
1.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한 기초 정보
2. 고객에 대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기
2. 창업가 간략 소개 (백그라운드, 인터뷰, 투자한 VC 아티클 등)
1. 창업가의 특징을 이해하여 기업의 영업 형태와 연결지어 이해하기 위한 정보
2. 시장 정보
1. 시장의 규모
2. 시장 모멘텀 (변화 위주)
3. 경쟁사 정보
3. 인사이트
1. 해당 팀의 창업 당시에는 해당 문제가 얼마나 커보였을지 예측
2. 왜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 같은지 주요 가설
3. 해당 접근이 먹힐 다른 예측되는 시장과 사례
주된 스터디 내용은 시장의 규모와 이를 정의하는 창업가의 특성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논의는 창업 당시에 문제의식, 가설, 적용할 점에 특히 집중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시장보다는 공략법이 중요하다.
사실 수 많은 시장을 공부하고 내린 제 스스로의 결론은 몇 가지로 단순하게 떨어지는데요.
- 첫째, 어떤 시장을 골라서 창업하는지가 낼 수 있는 부가가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헬스케어나 핀테크와 같은 시장은 특히 높은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 둘째, 창업팀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깊게 풀어낸 아이템일수록 차별화되고 독점적인 사업 아이템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 셋째, 스타트업이 변곡점을 만나 성장하는 것은 결국 시장 자체의 변화나 새로운 기술이 발전될 때 급가속화 되었습니다.
결국, 스터디 멤버들이 창업한 아이템을 보면 다양한 시장을 보면서 진입할 시장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관심 있는 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풀어낼지를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를 통해 열정이 있는 영역을 더 잘 분석하고, 그것을 사업화하는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원들의 근황과 그 여정
1. a16z의 투자를 받은 Endo 헬스케어의 윤희상 대표
2. 부트스트래핑 AI 기업의 최전선에 있는 Lilys AI의 오현수 대표
3. 저까지 창업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스터디를 시작 할 때에만 해도 큰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사라는 자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가중치 보다는 실제로 큰 기업에 집중해서 풀어냈습니다. 그렇지만 스터디를 1년 6개월간 진행하며 찾아낸 창업에 대한 결론에 대한 EO 인터뷰가 있으니 한번 봐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보이저엑스에서 자막 자동 생성 기반의 동영상 편집기 Vrew를 이끌며 뛰어난 전문성을 보여주었던 오현수 대표님이, 그 전문성을 한층 더 발휘해 만든 서비스가 바로 ‘릴리스AI’입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AI의 핵심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성장시키려는 깊은 고민과 노력이 담긴 결과입니다.
멈추지 않는 성장은 팀워크에서 나온다
토론이 가능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시장과 기업을 연구하면서, 각자의 생각 속에 깊은 인사이트가 쌓였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각자가 본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자산이 되었죠. 특히, 스터디 포맷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내용이 축적되기 시작하자 주기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궁금했던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자신의 생각과 식견을 더해주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외로운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스터디한 기업들에서 일해봤던 인재, 창업에 관심이 많은 VC, 예비창업자로 시장에 대해 고민을 나눠보고 싶은 분들이 한 분씩 오셔서 본인들만의 시각을 공유하고 토론하였습니다.
혼자라면 매달 고민해보지 않을 산업에 대한 고민, 저만의 독자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성장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후에 무슨 팀 활동을 더 해봤는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활동의 위력과 스노우볼 효과를 깨닫게 되었고, 이를 다양한 활동에 반영하여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루틴하게 스타트업 뉴스를 보고, 스타트업을 소싱하고, 네트워킹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과거시점을 훑어보니 해당 기간에 스타트업 8곳에 투자하면서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기 보다는 다양한 동료분들과 다양한 가설으로 프로젝트를 펼쳤습니다.
- 낭투파 구독자 분들 연결 -> 낭만토크
- 글로벌에 대한 고민 -> 낭만투어
- 책을 더 읽고 싶어서 -> 북리딩 클럽
- 해외 VC에 대해 무지한 것 같아서 ->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 차별화되고 독자적인 가치를 주는 투자자가 되는 스터디 여정 -> 팟캐스트
프로젝트의 형태적으로는
- 글 :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
- 출장 : 새로운 지역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쌓고 정보 격차를 만들 수 있는 수단
- 스터디 : 스스로를 더 공부하게 만들고, 남들의 생각과 입장을 배울 수 있는 장치
- 세미나 : 연사분들과 알게 되고, 참석하신 많은 분들과 가장 짧은 시간 내 많은 인연이 생기는 방법
- 영상미디어 :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더 좋은 질문을 하는법
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활동을 펼쳐보는 것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다양한 분들과 관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2022년 2월에 패스트벤처스의 박지웅 대표님이 쓰신 글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아있는데요. "좋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5가지"를 작성해 어떤 투자자가 되면 좋을지 남겨두셨습니다. 그리고 또한 재미있는 점은 채용 공고에서는 필요한 5가지 역량 외에 꼭 가지고 있으면 좋겠는 역량 3가지를 언급해주셨습니다.
지성, 인성, 감각
이런 날카로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VC업계에서 바라보는 벤처투자자의 덕목으로 흔히 뽑히는 인성, 네트워크, 공부 등등이 있습니다.
실행이라는 방면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활동들은 마치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함양했던 것처럼, 새롭게 배우고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자본 파트너로서 명확한 역할을 확립하고, 피상적인 가치가 아닌 스타트업 비즈니스와 펀드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가치를 또다시 적극적인 팀 활동으로 만들어 축적해보려 합니다.
미국까지 가서 촬영해온 Emerging Manager 시리즈의 시작 '퓨처텔러'
벤처캐피탈이라는 좁은 주제로 어디까지 이야기가 들려갈지,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