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스벤처스의 GFFG 투자가 불러올 F&B 지각 변동
노티드 도넛, 몽탄, 오복수산, 아트몬스터에 대해서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을 누가 창업했고, 알토스벤처스의 GFFG 투자로 어떤 지각 변동이 생길지 살펴봅시다.
목차
- 서문
- 인플루언서로 이루어진 F&B 네트워크
- 알토스벤처스의 GFFG 투자가 불러올 파급효과
- 스타트업과 문법이 같은 F&B
00. 서문
2018년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외식업체는 인구 1만명당 125개로 주변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다. 반대로 외식업체당 매출액은 740만 달러의 홍콩과 80만 달러의 미국, 30만 달러의 일본에 이어 10만 달러로 한국이 꼴찌다. 그렇다 보니 2019년 기준 외식업체 1년 생존율은 62.2%, 5년 이상 생존율은 20.5%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 727,014개의 외식업체가 있다. 그 수는 매년 꾸준히 1~2%씩 증가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살아남긴 어려워도 외식업체의 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의미다. 외식업체 창업 평균 나이가 50세가 넘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외식업 문제는 직장 은퇴 이후에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제도적 문제이기도 하다. 웃프게도 한국에서의 모든 커리어는 결국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농담도 있지 않는가?
다른 한 편으로는 F&B 산업에 관심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의식주는 사람이 생존을 위해 지속해서 소비하는 필수재이기에 별다른 노력없이도 누적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즉, 외식업이 이질감 없이 친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관심사가 투영되는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새롭게 탄생한 집단이 바로 맛집 블로거와 먹스타그램이다. 패션 블로거가 옷에 계속 관심을 가지다 쇼핑몰을 차리는 것처럼, 맛집 블로거 또한 먹는 것에 계속 관심을 가지다 음식점을 차리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01. 인플루언서로 이루어진 F&B 네트워크
음식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고깃집 메뉴에서 우대 갈비가 자주 보인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우대 갈비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부위가 아니다. LA 갈비와 동일한 부위이며 자르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행한 이 우대 갈비는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몽탄이라는 음식점과 함께 바이럴이 시작된다.
극악의 웨이팅으로 유명한 몽탄과 몽탄의 기획자 정동우 대표님에 대한 얘기는 유료 인터뷰에 상세히 적혀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몽탄의 조준모 대표님는 어머니를 도와 고등학교 때부터 고깃집에서 일하며 식당일을 배웠다. 2018년 몽탄을 오픈했다.
몽탄의 기획은 F&B 컨설팅 회사의 정동우 대표님이, 메뉴는 육류 컨설턴트 최정락 대표님이, 인테리어는 이전에 인테리어 일을 했던 청담동 한우전문점 뜨락의 김재균 대표님이 맡았다.
기획을 맡은 정동우 대표님은 바비정(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이라는 인플루언서로 더 유명하다.
정동우 대표님은 2012년 대학생 시절에 네이버 맛집 블로그를 연 것을 계기로 당시 외식업계 매거진 1등인 월간외식경영에 입사 제안을 받는다. 입사 후 전국의 음식점을 돌아다니게 된다.
정동우 대표님이 기획한 음식점은 강남 아트몬스터을 비롯해 BBQ 레스토랑 청기와타운, 몽탄, 고도식, 카린지, 양인환대 등이 있다.
몽탄의 메인 메뉴는 전라남도 무암군 몽탄면 두암식당의 짚불 삼겹살을 모티브로 개발한 짚불 우대갈비와 짚불 삼겹살이다.
몽탄의 조준모 대표님과 뜨락의 김재균 대표님, 금돼지식당의 신재우 대표님이 모여 주식회사 코리아미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내용은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김재균 대표님은 신재우 대표님과 함께 2019년 부터 주식회사 서울미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미트클럽을 통해 뜨락과 금돼지식당이 아닌 첫 동업으로 영동장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2019년 4.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 33.4억원을 달성했으며, 2021년 영업이익은 4.1억원이다.
여기에 몽탄의 조준모 대표님이 같이 해 2020년 부터 주식회사 코리아미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코리아미트클럽은 신당동 하니칼국수와 더현대서울에 입접한 수티, 성수동 뚝도농원 브랜드 등을 소유하고 있다. 2021년에 37.8억원의 매출과 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세 명이 각자 운영하는 브랜드와 같이 운영하는 브랜드 모두 코로나 때 타격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음식점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분위기와 접객, 서비스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적인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프라인에서 쌓은 브랜드 경험을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또한, 한국 음식으로 글로벌 진출을 희망한다.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조준모 대표님은 2021년에 달래해장이라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냈고 벌써 48개의 가맹점이 생겼다. 이렇게 F&B 업계에서는 여러 브랜드와 매장 운영이 일반적이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F&B는 오토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장의 수가 많아질수록 규모의 경제 실현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여러 명이서 동업하고 또 서로의 지인을 알게 되고 서로의 소셜미디어에 홍보를 해주다 보니 국내 F&B 산업에는 넓은 네트워크가 있다.
인플루언서와 셰프,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공무원 등 출신이 다양하다. 맛집 블로거에서 시작해 F&B 창업을 위해 왕십리 땅코 참숯구이에서 5년을 일하며 배운 노하우로 꿉당 등을 창업한 강진현 대표님(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맛집 블로거에서 시작해 금토일샴페인빠와 연하동, 콘부, 카라멘야 등을 창업한 한충희 대표님(인스타그램). 피양옥과 육개옥, 상해루, 율동칼국수 등을 창업한 김호찬 대표님(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따로 창업을 하지 않고 인플루언서로 남아있는 맛타고라스님(인스타그램) 등. 이 네트워크는 좋은 봉사도 함께 하며 정기적으로 모이기도 한다.
02. 알토스벤처스의 GFFG 투자가 불러올 파급효과
얼마 전 다운타우너와 카페 노티드, 호족반, 클랩피자 등으로 유명한 GFFG(Good Food For Good)에 알토스벤처스가 약 3천억원의 가치로 300억원을 공동 투자하면서 화제가 됐다. 화제의 이유는 IT 분야에 주력으로 투자해온 알토스가 직영으로만 매장을 운영해온 F&B 회사에 높은 밸류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GFFG는 21년 연매출로 398.7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86.7억원을 기록해온 회사다. PER로만 계산해도 30배를 넘어 F&B 업계의 평균인 10~15배를 훨씬 넘는다. 물론 초기에 엔젤투자한 에이티넘파트너스의 구주 물량이 포함되어 평균 주당 단가가 더 낮아졌겠지만 말이다.
위 이미지처럼 마켓컬리에서 다운타우너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GFFG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 개발과 매장 확장, 온라인 커머스 확장 등에 집중한다고 한다. 알토스벤처스 박희은 파트너님의 쿼트에 따르면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확장과 해외 시장 진출만 해도 지금의 성장세를 충분히 유지하지 않을까 싶어 필자는 가능성이 충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GFFG의 이준범 대표님 또한 기사에 따르면 2010년대 부터 F&B 브랜드를 창업했었고 그 위치 또한 맛집이 많은 압구정로데오역이었기에 앞서 언급했던 대표님들과 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몽탄의 매출에서도 확인했겠지만 앞선 대표님들의 회사도 최소 2~3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기에 연매출은 100억원 이상할 것이고 직원도 수십명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여태까지 지속해온 만큼 경영과 체계적인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생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옆집 GFFG 대표님이 알토스벤처스라는 든든한 경영 파트너를 얻었고 사업 성장의 속도가 가시적이라면, 당연히 다른 대표님들도 투자 유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것이다.
알토스의 GFFG 투자 thesis와 비슷하게 접근해볼 수 있는 F&B 회사들이 충분하게 남아있음을 위에서 설명했다. 시장 상황이 안좋아 영업이익을 내는 스타트업을 찾으면서 드라이파우더는 남아있는 VC들에게 밸류에이션과 매출의 괴리가 IT 스타트업에 비해 적은 F&B 회사는 충분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VC가 투자할 때 우려하는 매각 전략에서도 아래의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다양하고 많은 사례가 있다.
03. 스타트업과 문법이 같은 F&B
The Lean Startup에서는 스타트업을 (1) 극도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2) 사람이 운영하는 기관이 (3)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F&B 회사는 사람이 운영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는 스타트업과 동일하다. 하지만 오히려 IT 스타트업이 하지 않는 재고 관리와 원가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하기에 더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초기에 더 생존하고 확장하기 어렵다.
한 F&B 회사 대표님께 "맛있는 음식이 잘 팔리는게 아니라 잘 팔리는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슷한 말이 떠올랐다. 만들고 싶은 기능을 만드는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F&B 회사 대표님께 "사장이 주방을 모르면 주방장이 다른 생각을 가진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발에 지식이 없어 고생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생각났다.
고객에 집중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산업만 다를 뿐이지 F&B 스타트업 경영이나 IT 스타트업 경영이나 본질은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정답은 고객에 있다는 것. 앞으로 더 다양한 Equity 투자가 F&B 산업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나 로봇으로 치킨을 조리하는 롸버트치킨, 고기 굽는 로봇 피플즈리그 등 조금씩 생기고 있다.
핸드폰과 애플리케이션이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면 건물과 입점한 점포도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병원이나 약국 외에는 건물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점포가 별로 없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와 같이 브랜딩 잘 된 점포가 들어오면 건물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젊은 세대 또한 삼성의 유틸리티가 더 좋음에도 애플을 사용하듯, 특정 점포가 좋지 않은 자리를 좋게 만드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신당과 삼각지 등 교통이 불편해 외지 손님이 찾지 않는 자리에 앞서 언급한 음식점들이 생겨 외지 손님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해당 건물의 가치가 점포 입점 전후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 모바일 혁신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F&B 혁신이 목전일 수 있다.
필자는 한때 셰프를 꿈꾸다 포기하고 양식조리기능사만 있는 F&B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F&B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언제든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