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에게 하이라이트 말고도 로우라이트를 보내라고?(Investor Report)
투자자에게 보내는 보고 과정을 Investor Report라고 하는데 이를 어떤 기준으로 보내야 하고, 방법을 활용하면 좋을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일은 설득 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1) 내부 임직원들을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도록 설득하고,
2) 고객들에게 회사가 만든 상품이 좋다고 구매하도록 설득하고,
3)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설득하는 일들이 연속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내부 임직원을 설득하기 위해 HR을 열심히 챙기고, 고객 유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IR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임직원, 고객에 대한 유지보수 전략은 다들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과연 이미 투자한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활동 전략은 무엇이 기준이 되고 왜 해야할까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기존 투자자들을 왜 더 설득하면 좋을까 부터 고민을 시작해보면 회사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투자자들의 회사에 대한 이해도 즉 싱크로율을 높여 더 많은 도움과 서포트를 받기 위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각자 굉장히 많은 포트폴리오사가 있기 때문에 다른 포트폴리오사 대비 많은 도움을 받는 것도 굉장히 스타트업 대표님에게는 큰 부가가치일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다양한 네트워크 제공
후속투자에 대한 확률 증대
그래서 저는 항상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님에게 격월로 주주간담회를 만드는 것을 추천 드렸었습니다. 다른 투자사가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한 모습과 가설을 알고 그 생각을 주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결국 해당 스타트업에게 자연스러운 관심과 도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경영에 직접 관여는 하지 못하지만 경영 사항 관련 동의, 협의권이 있고, 향후 투자유치 전반에 대한 중요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역학관계를 염두에 두고 투자자를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한 좋은 장치는,
월간 리포트, Investor Update
입니다.
스타트업이 VC로부터 투자를 받고 나면 주기적인 정보를 업데이트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왜 그런 요청을 받고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23년 2월에 작성된 아래 글에 작성해 두었는데요. VC들도 LP들에게 주기적으로 본인 펀드의 운영 현황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LP들은 해외 LP들보다 정부기관의 통제를 받는 펀드가 많기 때문에 상세한 정보를 요청하고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월간보고, 분기보고 라는 명시적인 개념이 없습니다.
민간 LP 중심인 미국의 VC들은 수익률과 업무 효율에 더 큰 리소스 투입과 집중을 하기에 이런 정례화된 VC에 대한 보고 절차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미국은 정말 Bottom-Up으로 스타트업이 정말로 유리하기 위해, 투자사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어떤 구성으로 본인들의 생각을 밝히는지 살펴보면 실제로 어떤 내용을 어떤 목적으로 투자자에게 전달하는게 유리할지 역구성해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SaaS Circle의 창업자의 글을 보면 미국 스타트업들은 이런 보고 자체를 하지 않는 곳들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보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설파합니다.
월간 - 60%
주간 - 21%
분기별 - 16%
주기로 레터를 보내는 창업자들은 보낸다고 합니다.
Y-combinator 추천 Investor Update 양식
YC의 파트너가 블로그에 Investor Update 관련하여 이야기한 내용이 있는데요, 단순하게 딱 3가지 내용을 넣는 것을 강조합니다.
- 받을 도움
- KPI
- 한달간의 이슈 요약
실질적으로 메일로 보내는 양식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스탠스로 투자자와 소통할 것인가 인데요.
- 받고 싶은 도움을 가장 상단에 위치하여 도움을 이끌어냄
- 일관성 있는 수치 기준으로 신뢰성 확보
- 짧게 작성하여 관심도 유치
결국 잘 팔리는 마케팅, 영업과 똑같은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차트를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강조하는 것 처럼 줄글로 본인의 스토리텔링 자체를 계속해서 세일즈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Y-combinator의 가이드 외에 정말 어떤 내용들을 넣는 것이 맞을까를 알아보았는데요.
사용해봄직한 Investor Report 양식
미국판 주주리걸인 https://visible.vc/ 에서의 통계를 보면 Investor Report를 사용하는 기업은 아래 내용을 넣어서 사용을 한다고 합니다.
- Highlights - 81%
- Team - 47%
- Product Launches - 42%
- KPIs - 42%
- Fundraising - 39%
그렇지만 스타트업의 목표인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 설정 및 후속투자 유치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최적의 양식으로는 아래 양식이 가장 범용적이고 활용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 KPI
- 요청사항
- 하이라이트
- 로우라이트
- 감사
- 고객 스토리
로우라이트(Lowlight?)
가장 특이한 지점으로는 글의 제목인 로우라이트를 넣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지점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Investor Report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연합한 주주들과 이해관계가 대부분 일치하는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그 관계성이 주는 독특함은 이미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에서만 쌓일 수 있는 정보와 관계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를 위해서는 오히려 약점과 아쉬운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얼마나 장기적으로 본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인지를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투자 전에 IR을 할 때에는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정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정보가 편향되어있다는 사실을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알고 소통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 검토 과정은 연애, 투자 집행은 결혼이라는 말도 있는거고요.
그렇게 해석하자면 후속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재혼(이혼없는...)을 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이미 아는 사이를 강화하는 것은 더더욱 믿음있었다는 뜻이고, 굉장한 신뢰관계를 쌓았을 때만 가능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관계를 개발하는 유용한 수단이 로우라이트 작성입니다!
안좋은 소식으로 레터를 끝내는 것은 결국 불리한 관계 형성이 되기도 하니 바로 다음 단계에서는
받았던 도움에 대한 감사
지난번 요청사항에 대해 받은 도움에 대한 감사평을 작성하여 자연스럽게 투자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도움을 주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줘야하는건가? 라는 의무감이나 책무를 지워주게 됩니다.
너무 강제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보고이니 나쁜 수준도 아니고요. 그래도 결국 이런 글귀로 레터를 끝내기에는 너무 필요에 의한 메일을 보낼 수도 있기에 마지막으로는 회사가 정말로 맞닿아 있는 고객들의 이야기 로우데이터를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객 스토리
사실 VC,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금융권이기는 하지만 어떤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만들어내는 포지션이라는 동기부여가 일부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처럼 최전선에 있다 보니 각자가 했던 투자금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가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니 이런 부분을 넣는다면 투자사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되고, 회사가 하고 있는 활동의 현 상황도 잘 느껴질 것 같습니다.
Investor Report 월간보고 Tip
결국 지키면 좋을 효과를 극대화 하는 내용으로는
주기성 - 예측 가능성을 위해 매월 특정 날짜를 선택하여 보고서를 보내고 그 날짜에 맞춰 보고서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기다리게 되고 계속해서 리포트를 하는 스타트업에게 관심을 유지하고 그들의 성실성을 의심하지 않게 되는 좋은 장치입니다.
구체성 - 투자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주요 분야를 구체적으로 적어서 요청해야합니다. 그냥 마케터 채용, 개발자 채용 등등은 언제나 필요한 도움이지만 그런 관점에서 투자자가 해당 리포트를 보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줄 수 있는 단위가 아니라면 결국 수많은 메일과 다른 리퀘스트에 밀려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어려워 집니다.
열린 커뮤니케이션 - 결국 투자자와 가까워지고 서로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장치이다 보니 피드백과 제안을 받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혹은 가끔은 전화를 통해 부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등 리포트를 보내는데서 끝나지 않고 관계의 시작점으로 사용하면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투자자 - 포트폴리오 관계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가고 싶기에 파편적일수도 있는 생각을 단지 생각으로 남겨두지 않고 향후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작성해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생각을 펼치고 모으기도 하면서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생각의 기준, 제 태도의 기준을 잡다 보니 Investor Report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잘 사용해야하는 수단이지 않나? 라고 다시한번 다짐이 되네요. 다들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Gitlab의 Investor Report
2021년 상장한 스타트업인 개발 툴을 만들고 운영하는 Gitlab의 경우 모든 임직원들이 원격으로 근무하다보니 굉장히 내부 업무 관련된 매뉴얼이 발달되어 있고 공개되어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Sid가 공개해놓은 투자자 레포트 양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감사
- 소개
- KPI
- 로우라이트
- 하이라이트
- 향후 발생할 일
생각보다 담백하고 명료하지만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들은 다 작성된 채로 이렇게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