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국뽕 빼고 분석해봅시다.

K푸드—어디까지 왔고, 얼마나 더 갈까요? 다들 그렇다고는 하는데 정말 잘 팔리는 거 맞나요?

K푸드, 국뽕 빼고 분석해봅시다.

불닭볶음면, 김이 불티나게 팔리는 건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인들의 한식 사랑, 파면 파볼수록 꽤나 진심입니다. 미슐랭 스타 받은 한식당은 어느새 프렌치 숫자를 넘겼고, 맨해튼 파인다이닝은 오징어순대, 열무김치 같이 우리한테도 매우 로컬한 메뉴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K푸드 열풍도 결국 대왕카스테라처럼 한철 장사로 끝날까요? 아니면 우리가 주기적으로 햄버거 먹어줘야 하듯, 미국인들도 1일1밥하는 그 날이 올까요?

1. K푸드, 어디까지 왔나?

불닭입맛 평생간다

글로벌 K푸드 인기는 긴말 필요 없이 수출규모가 입증합니다. 2015년 $61억에서 2023년 $92억으로 1.5배 가까이 커졌고 올 상반기에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역시나 핵심 중의 핵심—미국입니다. 현재 지역별 수출현황에서 단일국가 중 가장 높은 비중 (15.7%)를 차지하고 있고 성장세도 14.7%로 여전히 가파릅니다. 유럽은 아직 미국 절반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27.4%로 주요국 중 가장 높고요.

한국 2배 가​​격이지만, 미국에선 ​​가성비 좋은 편이다​. ⓒ월마트

여러 굵직한 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가장 고무적인 건 과거 해외 한인마트 위주로 유통되던 K푸드가 최근에는 메인스트림 대형마트 유통처를 뚫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치는 작년 초부터 미국 코스트코 전 점포에 입점해 있고, 현재 불닭볶음면의 미국 월마트 입점률은 80% 수준입니다.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 르끌레르에는 250여개 점포에 농심 제품이 들어가 있고요.

불닭캐릭터 HOCHI가 전세계 곳곳에 불닭소스를 뿌리고 다닌다는 생화학테러 세계관

짐작하셨듯 상장시장 최고 수혜주는 삼양식품입니다. 올 상반기 섹터 불문 가장 크게 주목받은 종목 중 하나로, 특히 3월 이후 주가는 3개월 만에 약 3배 상승하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삼양식품도 어디까지나 마중물에 불과합니다. 현재 K푸드 물결에는 단순히 불닭볶음면 인기에 국한되지 않는 거대한 서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거죠.

자세한 분석은 뒤에서 다루겠지만 결정적인 배경 하나만 꼽자면, 그건 현재 K푸드를 소비하는 주요 소비층이 젊은 MZ세대이고, 이들 입맛이 점차 한식에 길들여지며 장기적인 Stickiness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마라탕, 타코를 먹을 때만 생각해봐도, 사실 이국적인 음식이라는 게 처음 맛을 보는 그 심리적 허들을 넘기기가 어렵지 한번 두번 길들여지면 결국 또 생각나고 찾을 수 밖에 없거든요.

K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가 드물게 경험하는 이색적인 음식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호기심에 처음 맛을 보게 되고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싶어 또 찾게 되는 Repeat Customer가 무섭게 늘고 있다는 거죠.

달라진 한식 위상

이쯤에서 잠시 개인사로 넘어가서, 제가 왜 미국에서 K푸드 위상이 지난 10년 사이 100%, 아니 1000% 달라졌다고 느끼게 됐는지 소개드릴까 합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LA에서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LA는 미국 2대 도시이기도 하지만, 이민자 국가인 미국 내에서도 "제대로" 글로벌화된 구역으로 꼽힙니다. 이민자들이 모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할리우드를 필두로 한 대중문화 중심지라는 상징성, 해변가/휴양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기 좋은 날씨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미국, 프랑스, 쿠바, 아르메니아, 에티오피아 같이 수 많은 국적의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고, 각자 서로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필터링 없이 의견 주고받은 경험이 아주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데요.

제가 당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식 입지가 얼마나 바닥인지 체감한 것도 이 친구들의 냉정한 평가 덕분이었습니다.

주말에 종종 외식을 하러 캠퍼스를 나설 때면, 친구들 사이에서 늘 1순위로 꼽히던 음식은 일식이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에서 일식은 주류사회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스시, 사시미부터 미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된 캘리포니아 롤까지—일식은 나름 고급스럽고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음식으로 진작에 포지셔닝이 끝나있던 거죠.

Nobu Malibu 지점. 과즙세연이 예약 부탁했다는 그 식당 맞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Nobu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인당 식사가격이 $100는 쉽게 넘어가지만, 북미에만 20개 이상 지점이 있을 정도로 탄탄한 현지 수요를 확보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는데요.

그에 비하면, 미국에서 한식당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안 음식 중에서도 비주류 중 비주류였습니다.

그나마 K-BBQ가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에게 별미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긴 했지만, 이마저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All-you-can-eat BBQ—인당 $20-30를 내면 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양념갈비, 삼겹살 같은 고기를 무한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우리로 치면 주머니 사정 어려운 대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배 채울 수 있는 한식뷔페 같은 포지셔닝이었다고 할까요.

당장 이웃나라 음식 일식과 비교하면 한식은 너무나 찬밥 신세였던 거죠.

덕분에 아주 크게 현타가 왔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다들 외식 장소를 정하던 차에, 일본인 친구 하나가 '난 다음주 용돈 받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생존모드로 가야 될 것 같아' 운을 띄우더라고요.

그럼 어딜 가지? 하던 찰나에 이어서 나오는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Far from fancy, but my broke ass can handle K-BBQ." 싼 맛에 K-BBQ나 먹으련다.

분했습니다. 당장에라도 각시탈을 소환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무시받을 한식이 아닌데, 반박할 길이 없었어요.

일본인 친구 포함 모든 친구들한테 너네 서울은 와 봤어? 궁중갈비찜, 탕평채 먹어보기는 했어? 외치고 싶었지만 제가 처한 현실과는 너무 큰 괴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 데리고 갈 고급 파인다이닝은 차치하더라도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주는 한식당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니 "마, 이게 K다" 증명할 길이 없던 거죠.

당시 LA 한식당은—마치 70년대에 시간이 멈춘 듯—허름해도 너무 허름했다.

물론 이후 BTS 빌보드 차트인,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나오면서 저도 미국에서 한국 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현상은 서서히 경험했습니다만, 제가 무엇보다도 K푸드 입지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된 건 ​​뉴욕에 거주하는 미국인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한식 파인다이닝을 다녀온 친구가 식당에서 찍은 메뉴 사진을 보내면서, 이 음식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데 어떤 유튜브 채널이나 요리책 추천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메시지였는데요.

Atomix 메뉴. 분명 영어인데 한글이 들린다.

사진 속 메뉴들 이름이 Maesaengi, Mumallaengi, Gamtae Somyeon이었죠. 황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Localized 되지도 않은, 진짜 쌩 한식이 파인다이닝에 올라가 있네?
이걸 어떻게 제대로 된 번역이나 설명도 없이 내놨지? 겨우 한글발음 알파벳으로만 옮겨서 표시하는 건 너무 불친절한데?

예전만 해도 미국 한식당은 속된 말로 슈퍼 을이었거든요.

식당에 현지인들이 오면, 친절모드로 메뉴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너 이거 처음이라 무섭겠지만 먹어도 되는거야' 안심시켜주는 게 당연한 처사였습니다.

LA 한식당 HanEuem 메뉴판

애초에 오리지널한 한식 메뉴를 낸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고, 설사 현지 손님들한테 판매한다고 쳐도 매생이는 Korean Green Seaweed, 무말랭이무침은 Dried & Marinated Radish Slice처럼 미국인들한테 최적화된 설명이 메뉴에 포함되어 있어야 했죠. 분명 뭔가 이상했습니다.

곧장 미슐랭가이드를 뒤져보니 그때서야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이 짧은 시간에 한식 위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데이터로 체감이 되더군요.

(2022년말 기준) 미슐랭 뉴욕 1-3스타로 선정된 72개 식당 목록에서 한식은 총 9개 식당을 리스트에 올리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0개를 기록한 중식을 앞선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파인다이닝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치 식당보다도 많았습니다.

문화승리의 순간 ⓒ뉴욕타임즈

현지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면서, 작년 뉴욕타임즈는 특집기사 ("How Korean Restaurants Remade Fine Dining in New York")로 이 내용을 다루면서 뉴요커들의 한식 열풍을 소개했는데요. '한국인 셰프들이 수십년간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견고하게 이어진 프렌치 음식 패권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언급까지 있었습니다.

그만큼 지금 미국에서 한식 인기는 여러분의 상상 이상입니다. 멀찍이 한국에서 어리짐작하는 수준 그 이상으로, 훨씬 깊고 빠르게 미국 사회를 파고들고 있는 건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해보겠습니다.


2. 대체 왜 잘 되는건데?

미국에서 K푸드가 급성장하는 핵심배경은 뭘까요? 한철 Trendy가 아니라 Steady가 될 수 있을까요?

TL;DR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K컬처 열풍 덕분에 부는 Tailwind 효과
💡
가성비 건강식 Fast Casual 선호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한식이 이 트렌드에 매우 이상적으로 부합한다는 점

다시 말해, 현재 한식 열풍은 단순히 한국 문화가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소위 꽁으로 떨어지는 낙수효과 개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식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이라는 꽤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는 몇 안 되는 음식이고, 이 지점을 미국 사회에서 본격 조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K컬처 관점

역시나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음악 (BTS),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본격화된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인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라면만 보더라도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해외 수요가 급증했고, 불닭볶음면은 BTS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자주 먹는 모습이 나오면서 2022년 팬들의 #FireNoodleChallenge가 시작됐거든요.

K콘텐츠가 K푸드 흥행에 있어 트리거가 됐음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죠.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는 "친숙" 이상이 80%를 넘길 만큼 호감을 갖는 문화로 자리잡았고, 연쇄적으로 한국산 제품/브랜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한식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The Korean Vegan: 된장, 고추장, 다시마 같이 주로 한국 전통재료에 기반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초기에는 짜파구리, 달고나 같이 K콘텐츠 관련 아이템이 일회성으로 주목받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한식 요리책 The Korean Vegan이 요식업계 오스카로 불리는 제임스비어드 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인들의 관심이 보다 로컬한 한식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일단 취존해보자.

파급력을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식 콘텐츠는 2022년 틱톡에서 모든 국가음식을 통틀어 조회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최상위권 지표를 보이고 있고, Gochujang Pasta 등 고추장 베이스 퓨전 레시피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요즘 미국 셰프들은 베트남 스리라차 다음으로 전국적인 유행을 탈 국민소스 후보로 한국 고추장을 꼽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메시가 인터마이애미 소속으로 MLS 우승파티를 K-BBQ 한식당 COTE에서 개최한 소식을 비롯해서 최근 NBC, NYT, CNN 같은 현지 언론사들의 한식 관련 커버리지도 확연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인들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뻔하지 않고 신선한 국가음식을 갈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들이 현 시점 K컬처로 처음 접하게 됐고 점점 친숙해 지고 있는 한식을 넥스트 픽으로 찍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Fast Casual 관점

또 하나의 핵심배경은 미국 외식업계에서 점차 간편하게, 빠르게, 건강하게 섭취 가능한 Fast Casual 식당에 대한 선호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Fast Casual부터 정의해보겠습니다.

Fast Casual 레스토랑은 한끼 $15-20 수준으로 전반적인 가격대, 맛, 서비스에 있어 Fast Food와 Full-Service Dining 사이에 위치한 세그먼트를 뜻합니다. 상대적으로 Fast Food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구성되고,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도 다양한 편이고요.

다만 미국에서도 Fast Casual이 처음부터 선호받던 종류는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한 이후 한동안은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잡지 못하다가, 2007-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인들의 Price Sensitivity 그리고 음식 소비습관이 크게 바뀌면서 201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고 있는 건데요.

팬데믹을 거치면서 런치플레이션, 팁플레이션이 더욱 극심해지다 보니, 요즘 들어 뉴욕 직장인들이 자리에 앉아 서버에 주문하는 기존 Dining 형태보다 테이크아웃 가능한 간편식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 미국 내 건강식 열풍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유독 높다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햄부기의 나라 미국에서 건강식이라고?

맥킨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요국 성인 절반 이상이 팬데믹 이후 음식 소비습관이 건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크게 변했다고 답을 했는데요.

놀랍게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4개국 중에서도 미국인 응답비율이 1등으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중에서 50% 이상은 인생 최우선 목표가 Healthy Eating이라고 답할 만큼, 미국에서 건강식 선호현상은 빠르게 자리잡는 추세죠.

그래서 Fast Casual이 전반적으로 한정된 가격대 안에서 비교적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싶어하는 미국 18-34세 연령층 수요와 맞물린다는 평가를 받는 건데요.

미국 Fast Casual 시장규모는 2023년 이후 CAGR 12.1% 페이스로 성장해서 2028년에는 약 $150B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Fast Casual 쏠림현상 ⓒAaron Allen & Associates

실제로 미국 레스토랑 IPO 사례에서도 Fast Casual 비중은 2000년대 이전 7%에서 현재는 31%로 다른 카테고리 대비 압도적인 자금이 모여드는 상황입니다.

대표 업체로는 멕시칸 체인 Chipotle (시총 $81.3B), 지중해/그리스 체인 Cava ($15.5B), 샐러드 체인 Sweetgreen ($4.0B)이 있습니다. 역시나 전체 레스토랑 상장사 세그먼트에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고요.

이 중에서 한식의 "건강식" 포지셔닝 관점에서 가장 눈여겨 볼 벤치마크 사례는 Cava입니다.

Cava 메뉴. Entrée, Dip, Main, Topping, Dressing 등 최대 174억개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2011년 설립된 Cava는 지중해식 피타브레드, 샐러드보울 같은 메뉴로 건강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미국에서 미개척된 지중해식/그리스 음식 카테고리를 절묘하게 파고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CAVA Stock Soars to All-Time High of $135.61 Amidst Robust Growth By Investing.com
CAVA Stock Soars to All-Time High of $135.61 Amidst Robust Growth

현지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지중해 = 건강" 키워드가 각인되면서, 2016년도 이후 2022년까지 매출액은 CAGR 52% 성장했고 현재는 연매출 $729mm을 기록하는 등 미국 건강식 수요를 흡수하고 있죠. Fast Casual 업계 내에서도 가장 가파른 성장 페이스입니다.

그럼 한식이 어떻게 미국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고, 건강한 음식이라고 불리는 Fast Casual 모멘텀에 올라탈 수 있는 걸까요?

“간편하고 빠르게”에 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우선 건강식 관점에서 한식이 미국 내 모든 국가음식을 통틀어 상위권으로 포지셔닝 되고 있다는 점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2023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

현재 해외 소비자들은 한식에 대해, 기능적 관점에서 ‘영양을 골고루 갖춘’, ‘고기, 생선 위주/고단백질’, ‘채소 위주’ 같은 이미지를 최우선 연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에서는 한식 구매층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상위 소득층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요. 냉정하게 아직 일식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 멕시코, 이탈리아,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음식과 비교해서는 건강 포지셔닝을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무래도 작년 여름 냉동김밥 품절사태가 한식의 건강 측면이 부각되는 데에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Trader Joe's 냉동김밥. Kimbap인지 Gimbap인지는 아직도 헷갈린다.

당시 품절소식이 회자되며 '대체 김밥이 뭔데?' 싶은 현지 매체들이 시금치 무침, 우엉/당근 등 뿌리채소, 참기름 같은 김밥 속재료를 집중 보도하면서, 한식에서 육류만큼 다양한 종류의 잎채소와 뿌리채소가 섭취된다는 점이 조명받게 된 건데요.

덕분에 K-BBQ가 기틀을 마련한 대중성에 한국식 반찬의 건강한 측면까지 부각되면서, 이제는 한식이 지중해 식단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 관점에서 지중해 음식과의 경쟁우위를 1:1로 비교하는 논문이 등장했고, 한식이 포화지방은 낮되 야채 섭취량은 25% 이상 높아서 심지어는 지중해 음식보다 더 건강하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정리하자면, 한식도 지중해 식단처럼

  1. 미국인 입장에서 뻔하지 않고 신선한 국가음식이고
  2. 건강하면서도 비교적 맛있고 다양한 메뉴조합이 가능한 만큼

단순 K컬처 후광효과를 넘어 현재 미국인 식습관 트렌드에 한식 본연의 경쟁력이 소구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3. 한식당 사업하려거든 지금이다

미국 레스토랑 시장에서 한식당 현 주소는? 업사이드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렇듯 현재 미국 시장에서 한식이 갖는 경쟁력, 잠재력은 파인다이닝 위상만 보더라도 충분히 검증됐지만, 정작 미국인들 수요를 대중적으로 흡수할 만한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는 아직 등장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격대, 음식 종류 관점에서 비교적 캐주얼한 한식 브랜드가 가장 큰 시장기회를 가져갈 것으로 예측하는 건데요.

우선 미국 한식당 Landscape을 점검하면서, 파인다이닝 대비 캐주얼/미드 티어 영역이 얼마나 비어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파인다이닝 티어

미국 미식계의 성지로 불리는 맨해튼에서도 한식 파인다이닝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정식당 임정식 셰프가 2011년도에 오픈한 Jungsik이 최초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알려지죠.

다만 미국 주류사회에서 고급음식으로서 한식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일식, 프렌치에 밀려 사실상 존재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치도 Penn Station 근처 코리아타운, 즉 한인 밀집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2022년 5월에 오픈한 Oiji Mi. 5개월 만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이후 뉴욕에서 K컬처 선호도가 높아지고 한식 고급요리가 소위 먹히기 시작하면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합니다. 최근 5년간은 Atomix, Jua, Oiji Mi, Mari 등 대부분의 한식 파인다이닝이 트라이베카, 첼시 등 맨해튼 부촌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죠.

고무적인 건 이전 세대는 퓨전형태로 일부 한식요소만 가미했지만, 지금 한식 파인다이닝은 전통 재래식에 가까운 메뉴로도 현지에서 최정상급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당 $395 가격에도 현재 모든 예약창이 닫혀있을 정도로 인기인 Atomix

대표적으로 Atomix (한국식 젓갈, 간장게장, 농어 등 11개 코스)는 2018년도 오픈 이후 6개월 만에 미슐랭 1스타, 2020-2023년은 미슐랭 2스타를 받았고 2023년에는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미국 1위, 글로벌 8위에 오르는 등 미국 전체에서 탑티어 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슐랭 한식당 ‘주옥’ 미주 진출…한국 영업 종료, 뉴욕 이전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주옥’이 뉴욕 개점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2개월 전에 예약해야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현지 미식가들의 높은 수요가 검증되고 한식 시장기회가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주옥처럼 한국에서 미슐랭 2스타를 받으며 잘 나가던 한식 파인다이닝이 서울에서의 영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셰프, 홀 매니저 등 핵심인력을 데리고 뉴욕으로 건너가 매장을 오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죠.

캐주얼/미드 티어

반면, 중간 레이어에서 한식 수요를 매스하게 받아낼 한식 브랜드는 아직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폐점한 뉴욕곰탕

뉴욕 코리아타운 내 뉴욕곰탕, 우촌, 강서회관 같은 식당이 한때 로컬맛집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식당은 매장 입지 그리고 분위기로 인한 포지셔닝 (대중적으로 편하게 즐길 수는 있으나 저렴한 음식이라는 인식) 한계 탓에 한인 밀집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유의미하게 확장한 곳은 없습니다.

미국 전역으로 넓혀 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은 각 지역에 고르게 진출해 있는 한식 브랜드가 없어서, 현재 일반 미국 대중 단에서의 한식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단적인 예로, 미국 전체 아시안 레스토랑에서 중국, 일본, 태국 등 3개국 식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물론 최근 북미에서 유통망을 넓히면서 K푸드 모멘텀에 편승하려는 식품업체들의 동향은 관측되기 시작했지만, 현지에서 한식당 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인 국내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죠.

Bibigo도 한때 캘리포니아에서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냉동만두, 냉동치킨 같은 제품을 현지 유통체인에 납품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선회하면서 전체 매장을 폐쇄했습니다.

Cupbop, 노량진 컵밥의 혜자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나마 최근 미국에서 K푸드 프랜차이즈 중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며 빠르게 확장 중인 업체로는 Cupbop을 꼽을 수 있습니다. 푸드트럭에서 팔 법한 저렴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표방해서 흰쌀밥 위에 양배추 믹스, 당근/당면이 버무러진 잡채 그리고 고기를 올려 $10 내외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2013년 푸드트럭으로 처음 시작해서 미국 7개 주에 약 60여개 매장을 내는 등 나름 선전 중이지만, 아직까지 동부, 서부 주요 거점도시에 매장을 내진 못했고 유타, 아이다호, 애리조나 같은 중서부 위주로 진출해 있는 상황입니다.

💡
즉, 미국에서 고급 한식에 대한 현지 수요는 인당 $200-300 수준의 최상급 한식당들이 등장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이 간편하게, 빠르게, 그러면서도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캐주얼한 한식당은 사실상 무주공산의 영역.

그래서 앞으로 가장 큰 업사이드는 한식당, 그 중에서도 일상에서 대중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4. 국뽕 빼고 봐도 충분하다

제가 시시각각 격변하는 외식 산업, 그 안에서도 미국인들 입맛의 향방을 감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소한 한 가지—한식이 한철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통할 만한, 근거 충만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맛있으면서도 “나름” 건강한 음식, 한식 말고 몇이나 될까요?

K컬처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는 지금, 이제부터 한식은 Trendy가 아니라 Steady가 될 일만 남았습니다.


5. 에필로그: 요리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흑백요리사도 막을 내렸고 이제 모든 셰프들은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늦게까지 살아남은 참가자 식당들은 크게 주목받고 있고 일부는 캐치테이블 예약 대기열에 11만명이 몰릴 만큼 흥행이라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도 결국엔 사그라들겁니다. 초반에 탈락한 60인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 중에서는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져 업장을 정리하는 분도 계실테고요.

안성재 못 넘겼으면 고든램지 넘기면 된다.

하지만 흑수저 여러분, 한국 시장만이 답은 아닙니다. 한국 아니라 미국 가시면 됩니다. 조만간 한식이 미국인들한테 스시, 타코 수준으로 국민음식이 될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는데 아직까지 그 누구도 깃발 못 꽂은 시장이 미국입니다.

“아메리칸 드림”

그래서 어쩌면 이번 글은 재야의 고수들 그리고 내 레스토랑 꿈꾸지만 알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힌 모든 분들께 한국 울타리 안에서 기죽지 말고 미국에서 원대한 꿈 한번 도전해보시라 권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럼 미국에서 무슨 한식 메뉴가 통할까요? 어차피 F&B로 투자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글 내내 “못 먹어도 미국 고” 외쳤으니, 어떻게 누구한테 투자해야 할지 떡밥 회수는 해야겠죠.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사업화 유망 아이템 그리고 투자 내러티브 분석을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ad more

행동하는 벤처투자자는 어떤 밸류를 만들수 있을까? 2년간 실험해봤습니다

행동하는 벤처투자자는 어떤 밸류를 만들수 있을까? 2년간 실험해봤습니다

스터디원 절반이 창업한 예비창업자 스터디를 운영해보고 느낀 점들을 풀어보았습니다. a16z에서 투자유치를 하시고 또 다른 팀은 수십만 고객 분들을 몇달만에 만족시킨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저도 저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결국 더 멀리가고 크게 가려면 혼자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하며 화학작용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By 장투준(Long-term Z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