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메타버스에 투자한 심사역이 있다?!
메타버스를 싫어하던 투자자가 메타버스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 스토리입니다. 논리적으로 메타버스가 왜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매개체인지를 이해하게 된 이야기
사실 벤처투자자로 일하다 보면 여러 Buzzword에 대한 노출과 주변의 호들갑을 항상 앞단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벤처투자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의 시각을 갖고 일에 임하려고 하기에 새로운 키워드에 모두 반응하지는 않고 선별적으로만 반응하게 되는데, 저에게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너무나도 골치고 듣기 싫었습니다.
메타버스가 너무나도 싫었던 심사역
이제는 공공연하게 시장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식었지만, 한때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Meta로까지 바꾸면서 무한 배팅을 각오했고 1억 MAU의 제페토(Zepeto) 등이 수 많은 기업들에게 쫓아가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켰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왜 우리는 이런 가상공간에서 활동을 해야하는지도 궁금했고, 과연 그 경험은 좋은지 궁금하여 바로 Meta의 오큘러스 Quest 2 기기를 질러서 당연하게도 서랍에 박혀있다... Gen Z의 열광과는 무관하게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는 마음속에서 흘려보내기로 하였다.
메타버스를 신뢰하지 못한 이유
실제로 메타버스라는 환경자체를 사랑하는 고객은 없고 단지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들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키워드 자체를 가장 잘 활용했던 기업은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와 같은 Web 3.0 기업들이었습니다. 디센트럴랜드는 작년 8월에 Active User가 38명에 일일 사용자가 8000명 뿐이라는 이야기까지도 나왔습니다.
한 때 우리의 뉴스란을 뒤흔들었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일부 연예인을 대체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임팩트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과연 로지를 전속모델로 쓰려고 한 기업들은 정말로 사고치지 않는 연예인을 전속으로 활용하고 싶었을 뿐일까요?
연예인 마케팅의 본질은 브랜딩하고 싶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히트시키는데 일조해야하는데 가상인플루언서가 히트시킨 브랜드나 제품이 기억나시나요? 지난 1년 6개월 간 우리 뇌리속을 관통하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히트시킨 무언가가 없다면 다양한 시도가 무위에 그친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버추얼 가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국내에서 가장 멋진 뮤비를 뽑아내며 트위치 창업자로부터도 투자받고, 최근 7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으며 순항하고 있는 APOKI가 얼마나 팬층이 많을까요? 뮤비 조회수는 거의 천만에 육박하지만, 구독자가 30만 뿐이고 팬이 되기에 컨텐츠가 춤 연습 영상 뿐인 인플루언서라 무언가 한개가 빠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다양한 관심과는 달리 저에게는 메타버스의 핫함은 영 먼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메타버스가 논리적으로 이해된 순간
당시 MBC 사내벤처로 아직 법인설립 조차되지 않은 블래스트의 이성구 대표님이 그 빈틈을 채워주셨다. 사실 만나뵙자 마자 사업 내용은 다 떠나서 도대체 메타버스가 왜 잘되어야 하는지만 물어봤는데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아 이분은 이 사업과 비전에 진심이고 역사를 만들어 내려고 하실 분이라 꼭 같이하고 싶어졌다.
인간은 단위 시간 대비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정보전달 창구에 정보 습득 방식이 고정되고, 그에 따라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뀐다는 것 이었다. 그래서 송출 지점(카메라 프레임)이 고정된 동영상 보다 시청 시점조차 바꿀 수 있는 메타버스(컴퓨터 그래픽) 환경에 어린 세대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는 것 이었다.
굉장히 공감되었던 스스로의 지식은 현재 MZ세대 중 M 세대는 대부분 여행가서, 멋진 장소가서 사진을 통해 추억을 저장하는데 비해, Z 세대는 영상을 통해 그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컴퓨터 그래픽 인프라 발달이 충분치 못해 초 고화질 동영상 4K, 8K에 비해 실제로 전달되는 정보량은 좋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어린 세대는 고해상도의 최신 콘솔 게임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초점이 자유로운 로블럭스, 마인크래프트 등 컴퓨터 그래픽 영역에 열광하는 것이라는 가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벤처 투자자로써 일하면서 15분 정도의 대화로 부정적이던 영역을 믿게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이라고 믿게되어 정말로 메타버스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은 아직도 저에게 놀랍고 소중한 경험입니다.
결국 현재 메타버스가 Buzzword라 이 영역에 어떤 투자를 해야하는지 이해하려들지 않고 장기적인 시야로 그냥 무덤덤히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타버스 산업의 핵심 숫자는?
코인의 거래량, 시가총액이 그들이 만드는 사회의 실질가치와 무관하듯이 제가 컴퓨터 그래픽 시장에서 정말 기저 팬층,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금액을 보기 위해서 살펴본 지표는 결국은 경기 침체 시장에서도 주가가 꺾이지 않는 버튜버 스튜디오 애니칼라를 살펴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2021년 4월에는 매출 76억엔, 영업이익 14억엔 수준에서 2022년 4월 141억엔, 영업이익 42억엔 수준의 2017년 창립된 스타트업이 있다고..? 기업가치는 무려 2조원에 육박.
버튜버들에게 외모와 방송 환경을 세팅해주고 굿즈 등의 수익을 쉐어하는 연예기획사 형의 BM을 갖추고 있는 회사인데 아래 움짤의 메이드복 남자가 탑클래스입니다. 이해하지 말고 발생한 매출, 순이익에서 그 본질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성공을 결판짓는 것은?
가상 환경에서 가장 크게 히트 친 국내 컨텐츠를 살펴보자면 2008년부터 크리에이터 생활을 했던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우왁굳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왁타버스라는 키워드로 '이세계 아이돌' = 버추얼 아이돌을 만들어 무려 6명을 일반인에서 20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로 키웠습니다.
아웃스탠딩에서도 조명했었던 K-메타버스 우수 사례 이세돌
정말로 이해가 안가던 애니칼라의 버추얼 유튜버 실적을 현실화 시킨 국내의 첫 시도였다고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성우 서유리씨도 버튜버로 활동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가상환경에서의 실시간의 중요성
어린 세대 일 수록 짜여진 방송사의 예능 보다는 매운 인터넷방송을 습관적으로 시청하고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송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래서 결국은 컴퓨터 그래픽 환경에서 실시간 방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린 소비자층의 마음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가 중요한 가설이 된 것 같습니다. 위에 결국 말단 소비자층의 수 많은 시청과 열광을 이끌어낸 컨텐츠는 모두 실시간이고, 로블럭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들도 실시간으로 즐기고요.
결국 블래스트에 투자하게 된 스토리
3사 방송사 중에서 유일하게 자체 VFX팀을 운영하던 MBC에서 사내벤처로 2016년부터 언리얼엔진을 현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던 이성구 대표님이 만들고 개량하고 있던 기술과 사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여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사를 제외하고 고퀄리티 영상제작, 방송환경을 위한 가장 크고 에이스들이 모여있는 언리얼엔진 팀을 꾸리고 꾸준히 기술을 고도화 시키고 있어 자연스럽게 사업의 수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장기적으로 해당 시장을 가장 앞단에서 열어갈 회사로 여겨졌습니다.
2023년 3월 12월에 데뷔한 동사의 5인조 남성아이돌 '플레이브'의 뮤직비디오인데요. 모든 제작 환경은 언리얼 엔진 위에서 동시작업하여 만들었습니다. 데뷔 전에는 4만 구독자의 유튜버였는데, 지금은 벌써 12만 구독자의 채널이 되었네요. 중국, 동남아 등에서 바이럴되면서 굉장한 유입세를 보이고 있는데 얼떨떨하네요.
그런데 결국 아이돌의 춤선이 매력적이냐, 음악이 최고냐를 떠나서 팬층이 덕질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수많은 라이브 방송들에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트위치, 유튜브라이브로 매일, 이틀마다 라이브 방송을하고 있고 지난주 방송에는 수천명이 라이브로 시청하면서 결국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기술이 있는게 핵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추얼 산업에서 가장 소비자 앞단에 있는 블래스트는 채용 중
최근 아이돌 플레이브가 나오고, 기술의 맛(실시간 방송)을 보신 엄청나게 많은 컨텐츠업계의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업제휴 연락 및 협업 요청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술적, 방송 제작 역량은 정말 국내 최고의 회사임을 자신하지만 법인으로는 막 1년을 넘어가는 초기 회사일 뿐입니다.(매출은 십수억이 났지만요)
하고 싶은 말
대부분의 벤처투자자들은 선입견이 강하거나, 본인만의 세상에서 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업자들의 말을 듣고 최대한 기회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누구보다도 시니컬 했던 저도 그 길을 열어주고 진심인 대표님을 만나 굉장히 기대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떠한 사업을 하고 있거나 몰입하고 있지 않은데 다른 산업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한 것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사업, 산업이 얼마나 기회의 땅이고 성공할 확률인지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영역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위 사례가 공감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