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찍어주는 K-화장품, 뭘 사면 될까요?
K-화장품의 성공 공식은 무엇이었으며,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기업이, 그리고 어떤 PE가 과실을 온전히 받아먹을 수 있을까요?
2023년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단연코 2차전지, 그 중에서도 에코프로였습니다. 2024년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다른 기업과 산업도 있지만 주변 대학생 투자자들, 펀드매니저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필수적으로 나오는 두 종목은 ‘삼양식품’과 ‘실리콘투’이고, 오늘은 실리콘투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실리콘투는 화장품 유통 플랫폼 기업입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로부터 화장품을 매입해서 해외의 유통사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화장품 ‘중간 유통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수백 개 브랜드사의 화장품을 10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실리콘투의 2024년 2분기 EBITDA는 403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2배 이상 상승했고 주가는 15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삼양식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장 기울기죠.
실리콘투의 실적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화장품 수출이 폭풍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특징을 생각해봤을 때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있더라도, 한 번만 사용하는 사람은 없기에 화장하는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과실을 받아먹는 기업이 과거와는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고, 거대한 트렌드의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수출데이터와 온라인 판매 랭킹을 트래킹하며 투자할 수도 있지만, PE는 상황이 안 좋아진다고 급히 매각하기는 어렵습니다.
1. 과거 성공 공식
한국 화장품 시장은 과거에도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최근에도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7년 37조 원에서 2023년 65조 원, CAGR 9.6%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기울기의 성장을 보여주는 화장품 시장이지만, 과거와 현재 기업들의 성공 공식은 사뭇 다릅니다.
과거 화장품 산업 성장의 키워드는 ‘중국’, 수혜를 본 주인공은 일부 중저가 브랜드사, 대형 2사(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ODM사였고, 이들의 성공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브랜드숍 & 면세점의 성장
- 중국으로의 수출
원브랜드숍 & 면세점의 성장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등 원브랜드숍은 불경기와 함께 탄생했습니다. 2003년 카드 사태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었고, 소비자들은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원브랜드숍은 브랜드와 유통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었기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2010년 5천 개 수준이었던 원브랜드숍은 2016년 8천 개를 뛰어넘게 됩니다. ‘땅값 비싼 명동에서 버틸 수 있는 업종은 화장품 가게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하죠. 또한 후술할 중국 소득 증가, 한류 영향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원브랜드숍 확장을 가속화합니다.
한국도 2010년 초반까지는 3%가 넘는 경제성장을 지속해왔기에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 역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와 같이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와 한국인 해외여행 증가, 바로 면세점의 성장입니다.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 5천억 원에서 2019년 24조 9천억 원까지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면세한도인 600달러 내에서 구매하기 딱 좋은 상품은 화장품이었고, 원가가 워낙 낮아서 할인폭도 가장 컸으며, 들고 가기도 좋았기에 면세점에서 화장품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해지게 됩니다. 면세점 매출 중 화장품 비중이 2010년 36%에서 2019년에는 69%까지 성장하기도 했죠. 이에 따라 한때는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에서 면세점 매출 비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판매 채널이 원브랜드숍과 면세점에 집중됐다는 것은 과실도 일부 브랜드만 먹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었던 브랜드여야 주요 상권에 원브랜드숍을 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중저가 화장품보다는 럭셔리 브랜드에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는 브랜드 구축에 긴 시간이 필요하고, 이미 사업을 오래 영위해온 대형 2사가 수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으로의 수출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내수 뿐 아니라 수출 측면에서도 굉장했고 이는 중국 덕분이었습니다. 2010년대 한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큰 고민 없이 ‘Made in Korea’만 붙여도 잘 되더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하죠. 14~15년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최소 yoy 50% 이상, 때로는 300% 가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영원할 것만 같던 K-화장품의 호황과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가져왔습니다.
2010년대 국제 경제는 중국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년 약 8~10%라는 실질 경제성장률을 일궈냈고 글로벌 화장품 시장이 CAGR 4~5%로 성장할 때 1999년 10조 원도 못 미쳤던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CAGR 12%로 2014년 55조 원까지 급성장했습니다. 국가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당연히 의식주입니다. 의식주가 해결된 후에는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원하는 제품을 사게 되는데 당시가 이 변곡점이었던 거죠.
2009~2015년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CAGR 64%로 성장하였고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서 23.0%까지 대폭 성장했습니다. 또한 2015년 처음으로 미국, 일본을 동시에 제치고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MS 2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의 차별점은 '한류'였습니다.
'상속자들’, ‘주군의 태양’ 등 히트 드라마는 우리에게도, 중국인에게도 유명합니다. LG생활건강은 한류의 인기를 마케팅에 접목하여 중국 시장은 제대로 공략했습니다. 2003년 ‘대장금’, 2005년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유명한 한류 열풍의 주역 이영애 씨를 자사 브랜드 ‘후’의 대표 모델로 발탁하였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광고 사진만 보셔도 누구를 타겟했는지 바로 느낌이 오실 겁니다.
2. 현재 성공 공식
이제 성공 공식은 달라졌고, 성장의 주인공 또한 다릅니다. 글 초반에 소개한 실리콘투의 성장은 화장품 '수출' 성장을 의미하죠.
- 온라인 & H&B 스토어의 성장
- 중국 외 국가로의 수출
- 생산 기술력
온라인 & H&B 스토어의 성장
유통채널은 또 한차례 변화하고 있습니다. 산업 성장의 축이었던 원브랜드숍의 폐점은 가속화되고 있죠. 2016년 8천 개를 넘었던 매장은 이제 1/3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고 사드 보복, 코로나까지 겹치며 면세점 상황도 좋지는 않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 H&B 스토어를 찾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장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에서 이제 20%를 넘기고 있고, 화장품은 올리브영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두 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은데, 소득 수준 변화와 후술할 마케팅 트렌드 변화입니다. 국가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고 고물가 시대에 들어서며 소비자들이 중저가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화장품이라는 상품의 본질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의류와의 차이는 과시용 소비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화장품은 본질적으로 ‘장신구’가 아니기 때문이죠. 20만 원짜리 럭셔리 브랜드 크림을 사용하든, 2만 원짜리 가성비 크림을 사용하든 결과가 큰 차이가 없다면 20만 원짜리를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합리적 소비’가 제일 잘 먹히는 시장은 화장품 시장일 것이고, 이를 도와주는 채널이 온라인과 H&B 스토어입니다.
또, 사실 브랜드와 유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브랜드와 유통이 분리되어 유통은 Sephora, Ulta 등이 담당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정상화된 구조라 할 수 있겠고, 일시적인 트렌드라고 보긴 힘들 겁니다.
중국 외 국가로의 수출
2017년 사드 보복으로 한국 방문 중국인 수는 반토막 났고, 2018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 내 애국소비 열풍은 거세졌습니다. 이로 인해 자국 화장품 수요가 올라갔고 여기에 부동산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겹쳤습니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막힌 활로를 중국 외 국가를 통해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향 수출액은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을 넘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지만 그 외 국가로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가 있습니다. 전통 채널에서 벗어나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핵심이 되고 있고, 숏폼을 통한 광고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죠. 이제 틱톡을 볼 줄 모르면 소비재는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흥행도 틱톡에서 이루어졌고요. 이는 온라인 시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게 됐고, 브랜드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국내 인디 브랜드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코스알엑스의 경우 22년 초부터 틱톡 중심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던 중 'Snail 96 Essence' 제품이 인기 틱톡커 'Dr.Shah' 영상에서 바이럴을 타며 유명해졌죠.
유명 인플루언서가 조회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만들면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따라하기 마련이기에 일반인들까지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고 틱톡 내 코스알엑스 누적 조회수는 급증하여 23년 6월 21억 회를 돌파하게 됩니다. 코스알엑스 실적 성장세는 정말 무섭죠. 2024년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서 SNS 사용 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제 틱톡샵과 같이 SNS 내에서 판매를 하기도 합니다. 숏폼 영상을 만들기 좋은 화장품이라는 특성에 힘 입어 틱톡샵 판매 카테고리 중 85%를 ‘Beauty care’가 차지하게 됩니다.
마케팅 트렌드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이 화장을 잘하고 화장을 많이 하는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korean skincare’ 구글 검색어 트렌드가 수직상승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수출 확대는 색조보다는 기초화장품이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인처럼 기초화장품을 단계별로 나눠서 바르는 민족은 거의 없습니다. 그에 반해 예를 들어 미국인의 경우, 화장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고 하죠. 그리고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피부가 좋아지는 경험을 한 사람은 화장품 사용을 끊을 수 없기에 이는 더욱 중요합니다. 접하기 쉬운 숏폼 영상을 통해 한국인의 화장법을 배운 사람은 한국의 화장품을 찾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 내 화장품 수입국 중 한국은 2016년 5위에서 2024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온라인, H&B 스토어, 마케팅 트렌드 변화 모두 트렌드의 급속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 가까운 인디 브랜드가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더 유연하고, 실제 수혜도 인디 브랜드가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브랜드숍, 면세점 형태와는 달리 글로벌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이기에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원브랜드숍, 면세점으로 인한 성장과는 다른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생산 기술력
1999년까지 한국 화장품 판매 시설은 제조 시설까지 갖췄어야 했으나 1999년 화장품법이 제정되었고 화장품 기업은 화장품 제조 업자와 화장품 판매 업자로 분리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ODM사가 성장하게 됩니다. 생산은 ODM사에 맡기고 브랜드와 유통만 고민하면 됐기 때문이죠. 대형 2사도 일부 제품은 ODM사에 맡기기 시작했고 중저가 브랜드는 창업부터 ODM사와 접촉했습니다. 신제품 런칭 기간은 2년에서 6개월로 짧아졌고 한국은 화장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아래 코스맥스 2003년 사업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아직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시장점유율은 수직상승했고 벌어들인 현금은 연구개발로, 연구개발은 제조 기술력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화장품의 기술력이라 함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의 선택은 홍보 모델, 판매 채널, 마케팅 전략 등 성능과 가격 외에도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으니 기업의 선택을 보는 편이 현명할 겁니다. 그리고, 글로벌 1위 ODM/OEM 업체는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코스맥스’입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쇼츠가 하나 있습니다. 흑인 여성이 자신에게 맞는 파운데이션이 없다며 한탄했는데 한국 브랜드가 흑인을 위한 파운데이션을 출시해줬고, 너무나 만족했다는 후기였는데요.
한국 화장품 브랜드 ‘티르티르’의 제품이었고 이들이 출시한 ‘마스크 핏 레드 쿠션’ 은 아마존 파운데이션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생산은 코스맥스가 해낸 것이었습니다.
과거 중국이 자체 화장품 생산 기술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화장품 연구원들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데리고 갔다는 소문은 유명합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죠. 원료의 배합에 따라 아예 다른 제품이 나오기에 기술력이 매우 중요한 분야가 화장품입니다. 한국은 생산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고, 인디 브랜드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3. PE의 화장품 기업 투자
화장품 밸류체인은 '원료 - 부자재(용기) - ODM - 브랜드 - 유통'으로 나뉩니다. 밸류체인마다 경쟁력도 다르고,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도 다릅니다.
- 글랜우드PE는 이번 싸이클의 핵심인 화장품 유통사 CJ올리브영 지분 투자를 통해 30%가 넘는 IRR을 기록
- KTB PE는 미국의 기초화장품사 파머시뷰티 지분 투자를 통해 100% 내외의 IRR을 기록
- IMM PE는 한국 원브랜드숍 전성기를 이끈 미샤(에이블씨엔씨)를 2017년 인수했고, 산업의 환경이 바뀐 지금 엑싯하지 못하고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음
지분 투자도 좋지만 PE의 꽃은 바이아웃이죠. PE 커리어를 꿈 꾸는 대학생으로서 훗날 PE 운용역이 된다면 바이아웃 후 순수하게 펀더멘탈을 개선시키고 높은 수익률로 엑싯하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PE의 화장품 기업 바이아웃 케이스를 통해 작금의 싸이클에서 PE는 어떤 투자를 해나가고 있고, 해나가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PE의 화장품 기업 투자가 주식 투자와는 전략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장 주식을 오랜 기간 봐온 입장에서 애널리스트나 전업 투자자들의 합의점은 '작금의 변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볼 분야는 ODM사이고, 브랜드사는 열심히 트래킹하며 트레이딩하는 것이 맞다' 입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PE의 투자에서 브랜드사에 오히려 기회가 많고, ODM사는 먹을 룸이 많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PE의 브랜드사 투자
브랜드가 성공한다면 다른 밸류체인과는 차별화되는 성장세를 보입니다. 수출 성장에 기반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클리오나 아이패밀리에스씨, 브이티를 봐도 그렇고 밸류체인 별 시장규모를 봐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밸류체인 내 가장 전방에 위치한 브랜드의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마진도 많이 남죠.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브랜드사 장기 투자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드사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누가 성공할지 모름
- 성장을 이끄는 많은 인디 브랜드사가 비상장사임
- 매일 랭킹을 체크해야 하고 온/오프라인 반응을 트래킹해야 해서 피곤한 투자임
저는 PE의 투자에서는 이 thesis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많은 인디 브랜드가 비상장사라는 점이 PE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매출 규모가 1천억 원 미만인 곳이 많아 접근하기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실제 대다수의 딜이 1~2천억 원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죠. 화장품 브랜드 창업이 어렵지 않고, 엑싯을 목표로 하는 창업자가 많아 딜도 많이 이루어집니다. 변화할 룸은 있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화장품 대기업의 인디브랜드 M&A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사 브랜드만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우니 브랜드 인수로 해결하려는 거죠. 실제로 K-뷰티 M&A 거래 건수는 이미 2018년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앞서 예시로 든 코스알엑스도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했습니다. 엑싯할 때는 SI에게 매각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해보입니다.
그럼 최근 있었던 따끈따끈한 딜인 모건스탠리PE의 스킨이데아 인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드 투자 Case Study) 모건스탠리PE - 스킨이데아
2024년 2월 모건스탠리PE는 스킨이데아 지분 67%를 1,500억 원(100% 지분가치 기준)에 인수했습니다. 33%의 지분은 창업자가 그대로 보유하는 형태였습니다.
스킨이데아는 부부가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 기업으로, 더마코스메틱을 내세운 메디필(MEDI-PEEL), 더마 메종(DERMA MAISON)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디필은 고기능 스킨 홈케어 브랜드이며 대표 제품으로는 '손담비 앰플'로 불리는 '레드 락토 콜라겐 앰플'이 있습니다. 4~5년 전 인기를 끌었던 제품인데, 아직도 인기 순위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충성 고객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모델링팩', '골드앰플' 등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힘 입어 과거에는 중국으로의 수출로 성장했었죠. 한때는 중국 향 수출 비중이 매출의 70%를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더마 메종은 쌓아온 특허를 기반으로 병원에도 납품하는 고급 브랜드입니다. 중저가 브랜드인 메디필과 달리, 가격대가 높은 편에 속하며 이는 미백, 펩타이드 관련 특허에 기반합니다.
그렇다면 모건스탠리PE는 어떤 thesis를 가지고 스킨이데아를 인수했을까요?
Investment thesis
- 너무 저렴한 가격
스킨이데아의 매출은 2019년 362억 원에서 2023년 741억 원 CAGR 19.6%로 고속성장해왔습니다. 또한 마진은 2~30%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브랜드사 내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죠. EBITDA는 2019년에서 2023년 CAGR 22.7%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거래가격은 2023년 실적 기준 PER 10.5x, EV/EBITDA 7.5x 수준으로 너무나 저렴했습니다. 상장 주식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화장품 브랜드사가 받는 멀티플의 절반 수준이었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창업자의 엑싯 의지가 강했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 부부는 3년 전부터 스킨이데아 매각 의사를 보여왔습니다.
- 시작되는 시장 확대
앞서 스킨이데아의 중국 향 수출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비중은 현재 3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인데요. 스킨이데아는 다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먼저, 올리브영에 진출하여 진출 2년 만에 매출이 5배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며 올리브영에서만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합니다. 또한 다이소, 홈쇼핑과 같은 유통채널에서도 완판 행진을 이어나갑니다.
해외로는 중국 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했습니다. 스킨이데아는 현재 베트남에서 에스테틱 샵을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유럽 등의 총판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출 중이기도 하죠. 이에 2~3년 전 50개국 내외에 수출하던 것을 넘어서 이제 77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가 진출 초기라는 점이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또한 수출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 4월 자사 브랜드를 아마존에 런칭했고 틱톡샵에서도 홍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성과는 바로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7월 틱톡샵에 메디필의 수출 전용 브랜드 'MDP'가 런칭한지 3개월 만에 스킨케어 카테고리 당일 매출 1위를 기록했죠. 사업의 방향을 봤을 때 스킨이데아는 화장품 산업 변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더마코스메틱 시장 성장
더마코스메틱은 Dermatology(피부 과학)과 Cosmetics(화장품)의 합성어로, 의약품 수준의 성분 혹은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의미합니다. 스킨이데아의 브랜드는 더마코스메틱 특화 브랜드이며 피부에 특화된 전문적인 화장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타겟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초화장품은 지금 화장품 수출의 핵심이죠.
특히 더마코스메틱은 화장품 시장 성장을 아웃퍼폼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앵커PE의 더마펌 인수(더마펌은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JKL파트너스의 페렌벨 인수 모두 더마코스메틱 시장 성장이 thesis 중 하나였을 겁니다. 스킨이데아의 경우 더마코스메틱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고,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모건스탠리PE가 스킨이데아를 인수한 주요 thesis는 모두 화장품 시장 변화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스킨이데아와 같이 '스타제품'을 보유하고 충성 고객을 어느정도 가진 화장품 브랜드 기업은 충분히 PE에게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도 너무 싸고, 변화할 룸은 남아있습니다.
또한 사례를 찾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변화라면 PE에게 다음과 같은 기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와 유통이 분리되어서 브랜드의 진입장벽이 줄어든 것은 맞으나 여전히 유통은 브랜드사의 고민꺼리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수출을 통해 성장하고픈 인디 브랜드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글의 시작이었던 실리콘투가 주목을 받았던 거죠. 직접 유통을 할 필요는 없다 뿐이지, 유통업체와의 협력관계는 중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주목 받는 인디 브랜드사가 가지고 있는 '스타제품'에 PE가 가지고 있는 유통망과 네트워크로 도움을 준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서 'K-뷰티 산업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도 유통 업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과의 볼트온이나, PE의 유통망과 네트워크가 만들어낼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PE의 ODM사 투자
김준버님이 작성하신 '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글에는 PE가 좋아하는 기업의 전형이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진입장벽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들이죠.
화장품 밸류체인 내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분야는 단연코 ODM입니다. 당연히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고, 기술력도 갖춰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겠죠. 아래는 유명한 그래프인데요.
러프하게 보면 책임판매업체는 브랜드사를, 제조업체는 생산시설을 갖춘 화장품 기업을 의미합니다. 책임판매업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제조업체는 확실히 증가세가 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화장품 산업의 변화가 ODM에 큰 수혜를 가져오는 것은 맞습니다. 고객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형태니까요. 심지어 코스맥스가 몇년 전부터 내세운 OBM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OBM은 개발, 생산, 브랜딩까지 ODM사가 해주는 방식입니다. ODM사의 역할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죠.
그러나 저는 ODM사에 퍼지는 온기가 중소형 업체까지 고루 퍼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고객사가 늘어나더라도 결국 브랜드사가 판매하는 만큼 ODM사가 수혜를 받게 되는데 제조업체도 책임판매업체보다 덜할 뿐이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2,017개였던 제조업체 수는 2022년 4,548개까지 증가했습니다. 물론 중소형 업체가 많기에 생산능력이 업체 수만큼 늘지는 않았겠지만 개수만 따지면 화장품 시장 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 중입니다.
심지어 일명 '빅4(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라고 불리는 ODM사들은 모두 앞다퉈 증설 중입니다.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특성 상 한번 ODM사와 계약하고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면 계속해서 해당 ODM사를 벤더로 둡니다. 그렇기에 레퍼런스가 중요한 업계라고 하고 그런 면에서 중소형 ODM사가 대형 ODM사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기술력에서 앞서기는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가격을 낮춰서 경쟁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이 또한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다음은 ODM 빅4 GPM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같은 제품을 만든다면 혁신적인 기술력이 있지 않고서야 GPM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는 힘듭니다. 한국콜마는 의약품 제조도 함께 하니 제외하면 ODM사의 GPM은 20% 내외를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절대적으로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 사업이고, 가격을 더 낮춰서 경쟁하기는 힘들 겁니다.
따라서 PE가 ODM사에 투자할 때는 기존 레퍼런스가 탄탄하여 기존 고객사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으며, 특정 제품의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어 신규 고객사 유치가 꾸준히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라운더로 빅4을 상대하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또한 애초에 브랜드사보다 매물도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E는 어떤 투자를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ODM 투자 Case Study) Affirma Capital - 화성코스메틱
2019년 7월 Affirma Capital(당시 SC PE)은 화성코스메틱 지분 70%를 약 1,4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번에도 30%는 기존 주주가 보유하는 형태였습니다.
화성코스메틱은 색조화장품 전문 ODM사로 빅4에 이은 국내 5위 ODM사이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L'Oreal, Anastasia 등을 고객사로 가진 기업입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형 2사는 물론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이블씨엔씨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죠.
국내 아이브로우 펜슬 ODM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Top3 안에 들어가는 기업입니다. 특히 북미 1위 아이브로우 펜슬 브랜드 고객사(Anastasia로 추정)의 펜슬 제품은 전량을 화성코스메틱이 납품하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 아이브로우에 비해 얇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게 제조할 수 있는 자체 기술력을 갖췄다고 합니다.
Affirma Capital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PE입니다. 2,650억 원 규모의 어쎈타 4호 펀드에서 화성코스메틱을 포함한 5개 기업에 투자했는데요. 인도의 여행플랫폼 기업인 TBO(Tek Treavels) 투자에서 MOIC 10x를, 홈뷰티 디바이스 기업 에이피알 투자에서 MOIC 8x를 기록하며 두 건만으로 원금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어쎈타 4호 펀드 IRR은 약 60%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친 성과를 보이는 펀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 만큼 해당 펀드에서 화성코스메틱을 괜히 인수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Affirma Capital의 화성코스메틱 인수는 어땠을까요?
Investment thesis
- 독보적인 분야에서 갖춘 레퍼런스
아이브로우 펜슬 생산으로 이름 있는 업체는 글로벌 4개 업체입니다. 해당 4사가 다양한 국가에 분포해있기에(유럽, 일본, 한국) 시장을 나눠 안정적으로 펜슬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화성코스메틱은 1994년부터 아이브로우 펜슬 ODM 전문 업체로 사업을 영위해왔기에 관련 분야 특허도 많고 '에이엔피'라는 용기 제조 자회사, '뷰티언스'라는 화장품 원료 자회사를 통해 수직계열화도 이루어져 있어 품질, 비용 면에서 앞서나가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내 브랜드사가 아이브로우 펜슬을 판매하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화성코스메틱을 찾고,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화성코스메틱의 포지션은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또한 색조화장품은 기본적으로 마진이 기초화장품보다 많이 남는 편입니다. 앞서 살펴본 ODM 4사에서도 씨앤씨인터내셔널의 마진이 가장 좋은데,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색조화장품만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화성코스메틱도 한때 EBITDA margin이 40%를 넘어갈 만큼 이익률이 좋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침투할 여지가 있던 다른 시장
2023년 기준 화성코스메틱의 수출 의존도는 80%를 넘어갑니다. 또한 수출 비중에서 미국 향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미국 향 매출이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인데, 인수 후 수출 다변화를 꾀한 지금과 달리 2018년에는 미국 법인밖에 없었기에 미국 의존도는 더 심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서 기초화장품이 주목받은 것은 코로나 이후입니다. 색조화장품은 당시에도 이미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룸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수출 다변화를 통해 탑라인 성장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Operational transformation
화성코스메틱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당연히 코로나 시기 빡센(?)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었고 색조화장품,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메이크업의 끝단에 위치한 아이브로우 펜슬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든거죠.
여기서 위기감을 느꼈던 것인지, 인수 후 기존 화성코스메틱 대표의 자리를 꿰찬 윤석환 전 대표는 2020년 김태원 대표로 교체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해에는 중국 현지 브랜드 및 중국 진출 글로벌 브랜드사에 제품 공급을 위해 중국 현지에 생산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볼트온 전략,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Affirma Capital은 기초화장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나우코스 지분 50.1%를 2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화성코스메틱과 나우코스의 제품군은 전혀 겹치지 않고, 해외 고객사가 많은 화성코스메틱에 비해 나우코스는 고객사의 95%가 국내 업체였습니다. 볼트온을 시행하기 너무 좋은 상황이었던 거죠.
그리고 비용 효율화를 위해 단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는 다른 PE와 달리 연구개발인력을 오히려 3배 이상 늘려 연구개발비도 2018년 8억 원 수준에서 2023년 36억 원 수준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익률이 변동한 것 같지 않아보이지만 연구개발비를 제외하면 이익률은 대폭 좋아진 모습을 보이죠. 나우코스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기도 하며 제품군이 상이한 기업 사이에 시너지를 노리기도 했습니다.
인수 바로 다음 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실적은 1년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이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 생산 법인 공장은 2023년 가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수한지 5년이 지났기에 일반적인 엑싯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현재 화성코스메틱은 매물로 나와있고 이미 매각 주관사 선정도 완료된 상황입니다.
화성코스메틱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만 ODM사 투자 시에는 기존 레퍼런스와 제품 경쟁우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화성코스메틱이 아이브로우 펜슬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ODM 5위 업체였다면 매력도는 떨어져 보였을 겁니다.
실제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ODM사 딜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 2021년 헬리오스PE가 400억 원에 솔레오코스메틱 지분 67%를 인수. 2년 간 매출액은 변동이 없었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적자폭만 줄여가는 상황.
- 2015년 SKS PE와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1,250억 원에 비앤비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 2015년 매출액 504억 원, 영업이익률 40% 이상이었던 실적은 사드 영향에서 회복하지 못하며 2023년 매출액 442억 원, 영업이익률 16% 수준으로 오히려 악화. 인수 후 9년이 지난 올해 진백글로벌(SI로 추정)에 지분 전량을 1,300억 원에 매각.
결론
화장품 시장의 변화는 구조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제품의 트렌드 변화는 있더라도 전체적인 시장의 방향성이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는 변화에서 탄생합니다. 그리고, PE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느정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사 매물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더 쏟아져 나올 겁니다. 구조적 변화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에서 어떤 PE가 성과를 보여줄까요?
이번 글에서는 화장품 산업의 변화와 PE의 투자 중에서 전방 밸류체인에 위치한 브랜드사와 ODM사 투자를 알아봤습니다. 사실 ODM사 다음으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평을 받는 분야는 용기사인데요. 캑터스PE의 우성플라테크 인수, TPG의 삼화 인수 등 딜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PE의 브랜드사와 ODM사 투자 Case study를 한 것처럼 용기사 Case study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때는 래퍼를 꿈꿨고, 한때는 보디빌더를 꿈꿨고, 지금은 PE업을 꿈꾸며 군복무를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쇼미더머니도 나갔었고,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업을 통해 설명하는 경제 수업을 듣고 경영학과 경제학에 흥미가 생겨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CPA, 로스쿨, IB, PE, 컨설팅, 자산운용사 등 여러 진로를 보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생각했고,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두 종류의 사람 'Enterprenuer'와 'Investor' 사이에서 Investor를 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상장 주식을 봐왔지만 한계가 많다고 생각했고, 기업에 변화를 주고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PE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커리어를 위해 자격증과 영어 공부를 하며 개인적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도 제한적이고, 실무 경험이 전무하여 한계는 있다고 느끼지만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성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기업, PE의 투자와 관련된 글 위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제 글이 독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