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주니어로 살아남기] 구직자에서 구인자로

PEF 주니어로 살아남기 시작합니다. (1)첫 커리어로 PE는 어떨지 (2)구직자 입장에서 PE는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지 (3)구인자 입장에서 PE 인사 담당자는 어떤 점을 고려할지 (4)결국 PE 일을 하며 Skin in the Game을 어떤 자세로 임하게 되는지 함께 알아보시죠!

[PEF 주니어로 살아남기] 구직자에서 구인자로

김준버라는 필명을 통해 낭투파에 기고한 글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많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글을 기고해왔습니다. 가끔은 오늘처럼 비교적 가벼운(?) 그렇지만 진지한 고민이 담긴 글들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PE 주니어의 경험과 고민이 담긴 글이 구독자들 중 몇 분께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글의 순서
1. 첫 커리어로서의 PE
2. 구직자 입장에서의 PE
3. 구인자 입장에서의 PE
4. Skin in the Game

1. 첫 커리어로서의 PE

누구나 첫 경험은 인생에 깊게 남습니다. 어떤 음식을 처음 먹던 순간, 새로운 사람을 처음 본 첫 인상, 어떤 도전을 처음으로 해본 기억. 그 모든 게 특별히 남고 이후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죠. 하물며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는 커리어는 더욱 신중해집니다.

98년생 VC파트너: 전종현 심사역
98년생의 젊은 심사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종현 파트너, 그는 누구일까요? 어떤 과정을 거쳐 VC 심사역으로 일을 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투자에 대한 고민을 다뤄보았습니다.

지난 번에는 첫 커리어를 VC로 시작한 전종현 심사역에 대한 인터뷰 글을 기고했는데요. 아래와 같이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98년생 VC 파트너: 전종현 심사역" 인터뷰 中

일반적으로 첫 커리어의 경우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이후의 커리어 패스를 고려할 때, 넓은 Option이 열려있는 비교적 가역적인 선택
  2. 사회 초년생 첫 3년간 향후 30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Hard skill set 획득하기
  3.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환경

1번과 관련하여, 다소 이과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저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에서 옵션이 열려있는 상대적으로 가역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가령 대학생 때 학점 관리에 열심히였던 이유는 학점이 당장 필요하기 보단 다음 학기의 장학금, 이후 취업준비에서의 유리함에 대한 Option을 열어두기 위함이죠. 결론적으로는 학점을 대단히 활용하진 못했으나 그 과정이 헛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4년 정도의 공대생 생활을 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 관리를 하는 연습을 부단히 해왔기에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활동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에너지소재 관련 전기차 배터리 연구와 관련한 내용들은 직접 활용하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첫 커리어로 컨설팅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높습니다. 저는 직접 컨설팅 펌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기에 간접적으로 들은 제한적인 정보이지만, 그럼에도 몇가지 나열하면 첫 커리어를 컨설팅으로 시작하는 장점은 꽤나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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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대비 높은 연봉, 이직 고려 시 다양한 커리어 Option, 특정 분야에 Deep dive해본 경험. 흔히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엄친아 트랙"을 갖춘 완벽해 보이는 커리어에 적합합니다. 구인 구직 시장에서 컨설팅 출신의 인재는 몸 값을 잘 받는 편입니다. 컨설팅 출신은 대부분 우수한 학벌에 오랜 시간 시간 관리를 통해 훌륭한 Out put을 내는 트레이닝을 받은 수료증을 이력서에 인정 받은 셈이죠.

"컨설팅 출신이 일을 잘하는가?"에 대한 필요 충분 조건을 만족하진 못하더라도 구인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허들을 통해 잠재적인 Human risk를 최소화 하는 필터 중 하나로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2번과 관련하여, 사회 초년생 첫 3년 간 어떻게 일을 배우는 지가 30년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햇수로 6년차가 되는 시점에 그 말이 정말 와닿고 있는 요즘입니다. 첫 3년 간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것들을 정신 없이 배우게 되는데요. 그 중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암묵지도 많지만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Hard skill set입니다. 정말 기본적으로는 메일을 어떻게 쓰는지, 워드나 엑셀 등 문서 작업을 얼마나 빠르고 실수 없게 하는지, 재무 모델링을 어떻게 구상하고 투자심사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어느 정도 정답이 있는 것들을 빠르게 배워나갑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금융 분야로 한정하면 회계법인 또는 대형 증권사가 참 좋아 보입니다. 일을 왜 하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팀 단위로 배정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막내에게 수 많은 업무가 쏟아지고 상사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실수를 줄여갑니다. 이후에 이직을 할 때도 대형 회계법인 혹은 증권사 경력은 부차적인 설명을 대신해줍니다.

3번과 관련하여,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있는데 결국 급한 일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은 못하게 됩니다. 컨설팅 펌, 회계법인, 증권사 모두 1번과 2번에 대한 조건은 충족하지만 3번 조건을 충족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다 보면 점점 생각을 덜하고 눈과 손만 빨라지는 순간이 옵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리퀘스트를 하나 씩 처리하다 보면 자정을 넘겨 새벽이고 야근이 반복되면 깊게 고민하기 전에 빨리 처리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옵니다. 정말 유능하고 똑똑한 형들이 대형 증권사 IB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간혹 스스로 바보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보라는 다소 과한 표현을 썼지만 그만큼 깊게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모양입니다.

뱅킹(IB) vs. 사모펀드(PE) 차이 - 중개자와 투자자 -
뱅킹(IB) VS. 사모펀드(PE) 차이 – 중개자와 투자자

PE는 조금 다릅니다. KPI 자체가 단순히 규모 되는 Deal을 여러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Deal을 선별하고 어떤 Value up 전략을 통해 좋은 성과로 Exit 할 수 있을지를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IB처럼 업무량은 적지 않지만 정말 많은 시간을 고민해서 "투자를 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 결정"부터 해야 합니다. 좋지 않은 투자는 안 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죠.

Investment Banking vs. Private Equity
Investment Banking vs. Private Equity: What's the Difference?

위의 3가지 사항을 고려했을 때 첫 커리어로 PE가 나쁘지 않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VC를 첫 커리어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주제를 대뤄봤으니, VC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이는 실제로 1~2년차에 그대로 PE 커리어를 이어갈 것인지, VC로 피봇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첫 커리어, VC냐 PE냐 그것이 문제로다!

주니어 입장에서 VC 대비 PE가 비교적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유무형의 객관적인 자산"을 쌓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PE는 어느정도 답이 정해진 길을 찾아 전문성을 쌓는 느낌이라면, VC는 그 보다 좀 더 미래 지향적 큰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투자가 다 그렇듯 가설을 설정하고 베팅한 다음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매크로 시장 환경에 대해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가령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절에는 다소 높은 Value라도 더 매력적인 Deal에 접근 가능하고 우선적으로 Sourcing하는 것이 더 중요한 능력일 수 있습니다. 세세한 Due Diligence를 수행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수십억의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죠.

VC는 상대적으로 심사역의 성향과 시장의 fit이 잘 맞아야 좋은 결과를 얻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모바일 플랫폼에 선호도가 높은 심사역은 아이폰 등장 후 무서운 성장을 보였던 2010년대에 매우 좋은 레코드가 쌓였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심사역이 2023년에 데뷔했다면 썩 좋지 못할 수 있죠.

PE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전문성을 갖춘 분야를 확보해야겠지만 시장 상황에 맞는 투자 구조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VC와는 조금 다릅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보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Growth Capital 투자를 집행하며 Upside를 노려보기도 하고, 시장이 정말 좋지 않을 때에는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기업들을 인수해서 턴어라운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PE는 VC 대비 비교적으로 다양한 시장 환경에 적합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좀 더 손에 잡히는 일로 다가왔습니다.

"만일 VC 주니어로 5년이 지났는데 나와 맞지 않은 시장 환경으로 고생한다면?"

친구들은 대형 증권사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고 있는데 나만 뒤쳐진 느낌이 들것만 같았습니다. VC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투자 성과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에는 특히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주니어 입장이라면 좀 더 고민이 많아질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PE에서 5년이 지났는데 좋지 못한 시장 환경으로 고생을 한다면 그래도 "존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당장 여기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쌓은 Hard skill set은 자산이 됐을 것이고, 과정에서 성장한 모습을 여러 방법으로 증명한다면 시장에서의 몸 값도 충분히 인정 받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첫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한참 하고 있을 때를 돌이켜보면 주식 투자에 비유했을 때, VC는 성장성 높은 고PER 주식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PE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가치주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본인이 투자한 주식 종목에 대한 컨빅션이 있어야 주가 변동성으로 인한 단기 하락도 견딜 수 있는 만큼 커리어에서도 본인만의 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비록 첫 커리어로 VC가 좋을지 PE가 좋을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일지라도 말입니다.

2. 구직자 입장에서의 PE

위에서 실컷 첫 커리어를 왜 PE로 정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실 대졸 신입을 PE에서 뽑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5~6년 전에는 주변에서 제 또래의 주니어를 보지 못했고 정말 어려도 30대 초 중반 정도의 회계법인, IB, 컨설팅 출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왜 그런 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주니어 VC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많은 것처럼 주니어 PE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Deal Sourcing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당연히 없고, 실사를 진행해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회계법인, 법무법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처음 배울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LP와 일을 해본적도 없기 때문에 Fund raising도 당연히 못합니다.

따라서 PE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적어도 M&A 관련 실무에 능통하거나 Deal Sourcing 및 Fund raising이 가능한 인재를 원합니다. 실무를 잘 하기 위해선 적어도 30대 초중반 이상의 나이대가 되겠고, 그 이상의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선 30대 후반 내외가 되는 경력직을 뽑게 됩니다.

하지만 업계 환경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점차 신생 PE가 많아지고 있고 기존 PE들도 페이퍼 워크를 할 신입사원 혹은 인턴을 예전 보다 적극적으로 뽑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PE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 당연히 회계법인 혹은 IB 루트를 거쳐야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길이 추가로 열린 셈이죠.

결론적으로는 신입 혹은 저연차 출신들에게도 PE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렸습니다만 (1)구직자 입장에서 좋은 PE 하우스를 선별해야 하고 (2)진입해서 꽤 오랜 기간 열심히 해야 합니다.

"3개월 내외의 짧은 호흡 IB"
vs
"4~5년 이상의 긴 호흡 PE"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번에는 IB와 PE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IB와 PE의 가장 큰 차이는 호흡입니다. 간단하게 둘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수익구조를 보면, IB는 Deal Closing을 통해 돈을 벌고 PE는 Exit을 통해 돈을 법니다. 쉽게 말해 도장 찍고 체결 되면 IB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이후 회사의 경영 관련 risk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보통 건마다 다르지만 3~4개월에 1개씩 Project를 진행한다고 하면 IB의 호흡은 3개월 내외입니다.

하지만 PE는 Deal Closing(회사 인수) 자체는 투자의 시작일 뿐이고 더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한 PMI 경영 과정, 더 높은 Multiple로 Exit 하기 위한 매각 계획 수립 및 매각까지는 최소 4년에서 5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IB에서는 3~4년 일하면 많은 Deal 경험이 쌓일 가능성이 높고 이력서에 쓸만한 내용이 생깁니다. 그런데 PE에서 재수 없으면 4년 일하고 제대로 된 Exit 이력이 없을 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PE로 커리어를 정해서 진입했다면 최소 5년 이상의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주도적인 Deal sourcing 부터 Exit까지 진행했다고 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결국 그 오랜 시간을 걸고 믿고 일 할만큼의 가치가 있는 커리어인지, 오랜 인내의 기간을 거쳐 그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PE 업계 진입 후 오랜 기간 열심히 할 수 있는가?"는 본인의 가치관 및 적성과 관련된 질문이고, "과연 그만큼 커리어를 걸 정도의 좋은 PE 하우스인가?" 여부는 사실 일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결국은 직접 두 발로 걸어본 길만이 내 길입니다.)

[PEF 썰전]PE는 바이사이드가 아니다?
이 기사는 01월 31일 13: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는 IB, 컨설팅, 회계법인 등 다른 업종에 종사하다가 우리 회사로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을 면접할 때마다 왜 PE로 이직하려 하느냐고 물어봅

가끔은 제게도 PE로의 커리어를 희망하는 분들의 질문이 오기도 합니다. 최근 UCK 파트너스 김수민 대표님께서 PEF 썰전을 통해 PE는 바이사이드가 아니다? 라는 글을 기고해주셨는데요. 참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뭔가 PE가 멋있어 보여서 오고 싶다는 식의 이야기를 아주 간혹 듣기도 하는데, 그런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입니다.

겉멋에 심취한 PE가 될 것인가? 내실 있는 진짜 전문가 PE가 될것인가?

PE주니어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Deal을 Sourcing 하기 위해 인더스트리에서 활동하시는 대표님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매력 있는 회사는 그만큼 경쟁이 심한 만큼 다른 PE와는 차별화 된 점을 제시해야합니다. 드라마에서 PE는 간혹 엄청난 자본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 사냥꾼"으로 표현 될 때가 있는데요. 실제로는 정 반대입니다. 전문성 갖춘 심층적인 분석은 기본이고 결국 사람을 상대할 때에는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진정성 있게 설득을 해야합니다.

좋은 Deal을 찾았다면 LP분들께 Fund raising을 해야 합니다. 전문직들이 클라이언트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게, PE는 'LP에, LP에 의한, LP를 위한 PE'가 되기 위해 고민을 합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도 더욱 간결하고 정확하게, 빠지거나 틀린 정보가 없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왜 그리 오타 하나 없애는데, PPT 장표를 분석적이고 예쁘게 꾸미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몰랐지만. 결국 그런 사소한 차이가 PE에 대한 신뢰성을 좌우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결국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태도를 보면, 향후 어려운 시기가 오더라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는 곳인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까지 판단이 이어지기 때문이죠.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오면 재무 약정에 의한 EOD(Event of default, 기한의 이익상실)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그럴 때 진짜 역량이 갈립니다. 그래서 LP가 출자 검토를 할 때 PE의 업력과 과거 트랙 레코드를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구인자 입장에서의 PE

작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저와 일을 함께 할 Analyst를 회사에서 채용한 것인데요. 그 과정에서 구직자 입장에서의 고민이 구인자 입장에서의 고민으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PE는 소수의 사람들이 팀 단위로 일을 하기 때문에 fit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PE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지원자들은 기본적으로 똑똑한 사람임을 기본으로 깔고, 나와 함께 5년 이상 합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봅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선 HR 담당자가 따로 면접을 보고 채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실무자들과의 심층 면접이 여러 단계 존재하는 편이죠.

사실 PE에서 어떤 포지션의 사람을 뽑는지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은 천차만별일텐데요. 이번에는 신입 혹은 저연차 대상 주니어 채용에 한정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많은 어필을 하기 위해 고민할테지만 사실 이력서는 기준 하한을 통과만 하면 되고 최종은 그 외의 것들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채용을 진행할 때 이전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에서의 업무 경력 및 경험에 대해 상세히 서술해주신 분도 계셨고, 대학생 학부 때 학회에서 진행한 활동 및 인턴 경험을 보여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것들은 주니어 채용 과정에서 최소한의 업무 역량을 입증하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평소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PE에서 일 하고 싶은지,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동기부여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와 같은 질문을 주로 했고 그 대답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PE와 IB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고, 왜 IB가 아니라 PE에서 일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어봤습니다.

물론 취업 후 퇴사를 비롯한 이직에 대한 결정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1~2년 이내에 회사를 나가게 되면 사실 얻는 것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꼭 함께 일 하고 싶은 이유를 묻고 대답을 듣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채용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우수한 지원자 분들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분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인자의 고민 단계에서 부사수를 둔 사람의 입장으로, 더 좋은 피드백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고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분명 다른 선택지가 더 있음에도 함께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해준 선택에 걸 맞는 보상을 주고 싶은 욕심입니다.

4. Skin in the Game

저는 말만 하는 사람들은 깊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말 보다 많은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데요. 투자에선 결국 본인의 자본을 직접 투자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깊게 듣지 않습니다. 변명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쉽습니다. Risk를 짊어지고 직접 투자를 집행하기 전까지 생각만 하고 말만 하는 것은 더 쉽습니다.

PE가 다른 업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심층적인 분석과 오랜 시간의 노력도 당연하겠지만, 결국 투자 의사 결정에 책임지고 Skin in the Game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꽃이 증권 시장이라면, 증권 시장에서의 최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단연코 PE라 생각합니다. 비록 신문 기사에서 접하는 것처럼 수천억 이상의 인수 건을 뚝딱 뚝딱 하진 못하더라도, 생각 보다 더 자잘한 일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직접 Deal 시작부터 Exit까지 해보는 경험은 커리어를 걸만 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