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되어가는 비상장주식 투자, 유리한 사람은 누굴까?!
아직 정보의 비대칭이 남아있는 비상장주식 투자 시장.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계의 시선으로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앞으로 바뀔 여지가 있는 부분을 조명해봤습니다.
목차
- 서문
- VC의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와 새로운 보상 체계
-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하는 테헤란로 전문가의 진화
- 산업으로 발전하는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
00. 서문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상장 기업 주식 소유자는 중복없이 1,384만 명에 이른다. 과거에는 높은 이자율로 은행에 돈이 모였다면, 긴 저금리 시대를 지나 짧은 시간 내 투자로 부자가 되었다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개인 투자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20대 투자자도 증가했고, 소액 투자자도 증가했고, 여성 투자자도 증가했으며, 부동산과 코인 등 다른 대체 자산 투자도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과 같이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을 상장 전에 투자하면 기간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비상장주식 투자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비상장주식 투자를 정말 잘하면 코인처럼 터무니없는 수익률을 마주할 수 있다. 낭투파의 첫 게시글에 Garry Tan이 Coinbase에 엔젤투자한 $300k가 무려 6,000배에 달하는 $2b이 되었다고 언급했었다.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꽤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왔던 매쉬업엔젤스와 본엔젤스다.
매쉬업엔젤스는 2017년 법인 설립하기 이전 2014년에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에 엔젤투자를 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당시 보통의 Seed 기업가치인 10억원에 투자를 했다고 가정하면 최근 기업가치가 2조원 넘게 평가받고 있으니, 그 차이만 해도 2,000배가 넘는다. 본엔젤스의 경우 2011년 우아한형제들에 3억원을 투자해 2019년까지 총 3,060억원의 금액을 회수하며 약 1,020배의 투자 수익을 기록했다.
살면서 이렇게 큰 차익을 내는 투자를 한 번이라도 한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접근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상장주식 투자는 여전히 상장주식 투자에 비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투자 기회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업계의 시선으로 최근 이슈나 트렌드를 조명하고자 한다.
01. VC의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와 새로운 보상 체계
비상장주식 투자 시장에서 가장 경쟁 우위에 있는 무리는 단연 VC다. VC는 직업 자체가 벤처기업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 정보와 투자 기회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비상장주식 투자의 경우 투자 정보만 안다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주 발행에 참여하거나 구주를 인수하는 등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VC가 신주 발행에 개인으로 참여할 때는 개인투자조합이나 펀드에 LP로 출자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혹시 모를 이해관계 상충을 조심하기 위함이다. 만약 A벤처캐피탈에 다니는 내가 B라는 회사에 펀드 LP출자를 통해 개인 투자를 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A벤처캐피탈이 우연히 B회사 다음 라운드에 투자를 한다면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초기를 보는 VC가 후기에 투자하는 경우와 후기를 보는 VC가 초기에 투자하는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다. 특히 초기를 보는 VC의 경우 재직하는 하우스에서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일이 아예 없기 때문에 괜찮다. 반면 후기를 보는 VC의 경우 초기 스타트업에 엔젤투자를 했는데 나중에 재직하는 하우스에서 검토를 할 수도 있다. 이때는 재직하는 하우스의 규칙에 따라 다른 하우스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할인한 가치로 재직하는 하우스에 넘길 수도 있다.
이해관계 상충은 충분히 해결될 여지가 있는 일이다. 여기서 업계가 고민하는 부분은 VC의 인센티브 얼라인이다. 다시 말해 정말로 잘 될 것 같은 회사가 나한테 투자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개인 투자하지 않고 재직하는 하우스로 넘겨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다. 직급이 높으면 높을 수록 투자 회수에 따른 인센티브가 커지니 이는 주로 직급이 낮은 심사역과 하우스 사이의 이슈다. 심사역이 충분한 보상을 빠르게 받게 된다면 당연히 괜찮은 기업을 하우스로 가져가겠지만 벤처펀드 특성상 해산 기간도 최소 5~10년이기에 그전에 퇴사할 수도 있음을 심사역은 항상 유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재밌게 풀어내는 하우스들이 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는 먼 미래의 잠재적 보상이 심사역에게 와닿지 않아 동기부여가 약하다고 판단해 매 투자 시점에 담당 심사역 개인에게 펀드와 함께 개인 투자할 수 있는 기회와 자금을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심사역에게 하우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LP 출자할 기회를 주는 곳은 꽤 있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뮤렉스파트너스의 경우 아래와 같이 스타 심사역 1명이 아닌 협업을 중시하는 팀 문화를 강조하며 팀 기반으로 성과 배분을 한다고 한다.
심사역과 하우스 간의 인센티브 이슈는 VC의 지각 변동이 시작될 부분 중 한 곳이다.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선 더 잘하는 심사역이 필요하고, 이들은 시장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하우스의 명성이나 보상 등 여러가지를 판단한다. 이에 앞으로 더 새로운, 파격적인 보상제도를 시도하는 하우스가 생길 것이다.
02.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하는 테헤란로 전문가의 진화
이들은 VC보다는 투자 정보와 투자 기회가 덜 하지만 일반인보다는 우위에 있다. 바로 (1) 전문직과 (2) 창업 선배, (3) 직군별 전문가 다. 개인투자가 연이 되어 (1) 전문직과 (3) 직군별 전문가는 이제 막 한국에서 생기고 있는 Operating 파트너가 되는 경우가 있고, (2) 창업 선배는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벤처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1) 국가가 인정하는 전문직
벤처특별법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으면 벤처기업의 설립 또는 기술 및 경영의 혁신에 기여하였거나 기여할 능력을 갖춘 자에게 스톡옵션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대상은 변호사와 KICPA, 변리사,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 세무사, 연구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한약사, 기술사 등이다. 실제로 초기 기업들의 IR자료를 보면 가끔 각 분야별 자문해주는 전문가를 두고 이들에게 스톡옵션을 발행하거나 주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이 부흥하면서 해당 산업의 벤처기업 주주명부에서 의사와 치과의사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처럼 의료 전문가들을 LP로 모셔 투자를 집행하는 하우스도 있고, 아예 전문 개인투자자로 활동하는 치과의사도 있다. 기사에 따르면 SBS의 <스타트업 서바이벌> 결선 특별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한 최원호 치과의사는 2014년부터 플라즈맵(22년 10월 코스닥 상장) 등 5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해온 전문 개인투자자라고 한다.
(2) 창업 선배의 Pay it forward
아직 창업에 성공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성공한 창업자가 후배 창업가에게 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기가 걸어온 힘든 길을 택한 후배를 응원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Exit한 창업가의 경우 공허함을 달래기 위함도 있고, 더 큰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서문에 언급했던 초기 투자사 매쉬업엔젤스와 본엔젤스를 비롯해 유명한 프라이머와 퓨처플레이 등이 성공적으로 매각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에게 엔젤투자 하던 것을 인연으로 확장된 것이다. 다음과 첫눈, 이니시스, 올라웍스를 지나 최근에는 당토직야몰두센의 토스 이승건 대표님은 아래와 같이 후배 창업가를 찾는 글을 올리셨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님은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뮤렉스파트너스와 협업하고 계시고,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님은 엔젤투자를 하시다 직접 Valon Capital이라는 VC를 만드셨다. 센드버드코리아 이상희 대표님은 Kimchi Hill이라는 굉장히 유익한 블로그를 하시며 개인투자를 병행하고 계신다.
(3) 직군별 전문가
꼭 스타트업을 창업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유수의 기업에 재직하며 같이 성장을 이끌어 낸 선배님들도 투자를 하고 계신다. 보통 이분들은 기획이나 재무, HR, 마케팅, 개발, 세일즈, 디자인 등 각 직군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투자받는 창업자 또한 자문을 기대하며 투자를 받는다. 이분들은 엔젤투자로 개인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LP출자로 연을 맺어 포트폴리오사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탈들 또한 이러한 전문가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래와 같이 카카오벤처스는 게임과 그로스해킹, 조직관리, 제품, 웹3 분야의 전문가들을 밸류업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포트폴리오사에서 내재화하기 어려운 전문 인력을 지원함으로써 포트폴리오사의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생존이 중요해진 요즘 앞으로는 더 많은 전문가들이 때로는 프리랜서로 때로는 벤처캐피탈에 고용되어 스타트업들을 도울 것이다. 개인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포트폴리오사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만 하는 벤처캐피탈들도 많다. 앞으로는 이 두 군집이 교차해 앞서 언급한 벤처파트너나 Operating 파트너, 자문역 등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개인투자가 연이 된 사례는 아니지만 포트폴리오사를 돕는 사후관리는 초기 투자사들 뿐만 아니라 후기 투자사들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사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포트폴리오사의 사업전략과 법률 등 성장을 돕는 전담 본부를 신설하고 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한다. 이 본부는 네이버에서 전략적 투자 업무와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하신 분과 SK하이닉스에서 해외 법무와 미국 로펌에서 M&A 자문을 경험하신 분이 이끄신다고 한다.
03. 산업으로 발전하는 비상장주식 개인 투자
앞선 전문가와 선배님과는 달리 일반인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알음알음 지인들끼리 거래하거나 K-OTC와 코넥스, 38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래했었다면, 그 다음엔 크라우드펀딩이 뜨면서 와디즈나 크라우디를 통해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았었다. 최근에서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서울거래소나 두나무(업비트 운영사)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생기면서 편해진 UX에 더 많은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고객들이 비상장주식 투자로 몰리는 까닭에는 투자 수익도 중요하지만 소득공제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금의 소득공제 금액 기준을 기존 1,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5,000만원까지는 70%, 5,00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3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이렇다 보니 투자 수익은 수익대로, 소득공제 혜택은 혜택대로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다만, 기사에도 나와있듯 불특정 일반인이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쉬운 대로 서울거래소나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통해 더 큰 투자 수익이라도 챙기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의 개인투자조합과 엔젤투자 기회를 늘리는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엔젤라운지와 NU Angels이다. 엑셀러레이터 빅뱅엔젤스가 컴퍼니빌딩한 엔젤라운지는 엔젤투자자가 엔젤투자를 논의하고 같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으로 비용은 가입비 1회 100만원과 투자 참가 회당 20만원이다. 스타트업과 전문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넥스트유니콘에서 서비스하는 NU Angels는 개인투자조합 설립 및 운영 등 복잡한 행정 처리를 지원하며 엔젤투자자들이 편하게 엔젤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매수편을 공략하는게 아니라 매도편을 공략할 예정인 서비스도 있다. 바로 스타트업 증권 관리 솔루션인 쿼타북과 주주리걸이다. 이들은 지금 당장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증권 관리를 도와주면서 서비스 구독 비용을 받고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쌓은 주주명부와 주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상장주식 거래 중개도 생각하고 있다. 주주리걸을 서비스하는 코드박스는 2022년 상장주식 거래소 증권플러스와 암호자산 거래소 업비트, 비상장주식 거래소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서비스하는 두나무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두나무가 비상장주식부터 상장주식, 암호자산 등 투자 시장 전체를 목표로 함을 알 수 있었다.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점점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2021년 기사에 따르면 고액자산가의 삼성증권 PB센터를 통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개인투자조합 출자가 꽤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2년 기사를 살펴보면 아예 삼성증권이 비상장주식 솔루션 서비스를 출시해 10억 이상 자산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비상장 기업 분석 리포트와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PB업계에서는 비상장주식 투자로 하나금융그룹의 VIP 전용 WM센터인 '클럽원'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나클럽원은 2020년 상장 직전의 크래프톤 구주에 투자하기 위해 170억원을 모집했고 크래프톤은 2021년 상장해 불과 1년만에 5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프로젝트펀드 뿐만이 아니라 IMM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유명 VC가 만든 펀드에 LP 출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상장 주식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은 많이 해소됐지만, 아직 비상장 주식에는 정보 비대칭성이 있어 자산가들이 기회라고 판단해 돈이 모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비상장주식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남아있는 만큼 대중이나 전문가 모두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비상장주식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면 위 서비스를 통해 매매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혹은 비상장주식 투자와 밀접하다면 투자자로서의 부캐도 키워볼지 고민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