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함께 하려면 창업자의 지능과 동기를 판단하세요.
스타트업은 너무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뛰어난 지능과 강력한 동기가 있는 창업자를 찾아야 합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모두 뛰어나지만, 실패하는 스타트업의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독자분들께 글쓴이의 생각을 더 넣어줬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낭투파를 하면서 점점 본업과 지인 등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해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제해서 적으려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제 생각을 더 담겠다는 포부와 함께, 이번에는 제가 최근에 하는 생각을 써보려고 합니다.
훌륭한 VC가 되기 위해 VC를 그만둔 VC
원활한 이해를 위해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만 1년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전에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투자하는 일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하는 일로 넘어올 때 Vinod Khosla 선생님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넘어온 이유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과 비슷합니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투자했던 회사와 대표님께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었고 유용한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똑똑하지 않아 그 환경에 처하지 않고는 회사와 대표님의 사정을 100% 이해하고 조언을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0 to 1을 겪고 성공해 그 경험을 가지고 대표님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시기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채 투자자로 복귀해야겠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성장곡선의 기울기를 최대한 가파르게 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 헷징과 베팅의 사이 최적점을 투자를 받아 사업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시작점에서 출발하지 않기에 성장곡선을 가파르게 해야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러 단계 중에서 초기를 선택했을까요? 시간 대비 금전적 이익을 생각한다면 후기로 가는게 확실히 이득(?)입니다. 초기는 5억원을 투자하고 10년을 기달려 500억원을 회수해 매년 49.5억원을 번다면, 후기는 500억원을 투자하고 3년을 기달려 1,000억원을 회수해 매년 166.6억원을 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5억원이 100배가 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초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님은 확실합니다. 바로 낭만이 제가 우선하는 것입니다.
낭만, 낭만, 낭만. 도대체 너의 낭만이 뭐야?
낭만에 대한 정의는 모두가 다릅니다. 투준이는 X라고 생각하고, 성이는 Y라고 생각하고, 준버는 Z라고 생각합니다. 제각기 다르지만 낭만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일 수 없는 단어입니다. 모두의 마음속에서 낭만은 이상향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낭만투자파트너스가 벤처투자자로서 정의했던 낭만은 아래와 같습니다.
낭만투자파트너스의 낭만이 아니라 낭만 1대 전도사(=낭만투자파트너스 원작자)인 제가 정의한 낭만은 식구(食口)입니다. 먹을 식과 입 구. 같이 밥을 먹는 사이입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제 뒤를 언제든 맡길 수 있고, 같이 울고 웃으며, 힘들 때 같이 개고생하면서 먼 훗날 뒤돌아보고 같이 추억하는 사이를 저는 식구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런 식구들과 함께 하는 모험을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정의한 낭만은 완벽(完璧)입니다. 완전할 완과 구슬 벽.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의미입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고 대기업을 이기는 사례는 기적에 가까운 확률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경쟁 열위인 스타트업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실력과 인성을 가진 인재만 채용하고, 최소한의 체계에서 최고의 복지와 함께 권한을 위임하면 기적이 발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튼 낭만은 알겠고, 그게 창업자의 지능과 동기랑 무슨 상관인데?
스타트업의 성공을 창업자의 지능과 동기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가설은 <스타트업의 성장이 결국 창업자의 능력에 수렴한다>에서 출발합니다. 우연히 폭발적으로 성장해도 창업자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다시 수렴하고, 몇 번의 실패를 거쳐도 창업자가 뛰어나다면 분명 그만큼 성장할 것입니다. 아무리 완벽(完璧)한 인재를 뽑아도 적절한 조언을 창업자가 이해를 못하면 효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완벽(完璧)한 동료와 함께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선장이 완벽(完璧)하지 않을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2년 전 박지웅 대표님이 지능이 동일한 둘이라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결핍에서 비롯된 동기를 가진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하셨습니다. 결핍에서 비롯된 동기를 가지면 스트레스 허들이 더 높아 더 오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과 하루 12시간 일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혹자는 둘의 성장곡선이 다를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장곡선도 지능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최고의 인재와 투자자를 꼬시는(?) 것도, 수많은 인풋에서 핵심만 받아들이는 것도 전부 지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결로 스스로 너무 똑똑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것도, 멀리보지 못하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도 지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낭만투자파트너스에게 시간을 내어주신 훌륭한 VC 선배님도 창업자의 핵심 소양으로 PSD(Poor, Smart, Desire)를 살펴본다고 하셨습니다. Desire에 Poor가 포함된다고 하면 결국 지능과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함은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EO의 Michael Seibel 선생님 영상을 보면 창업자들은 대부분 두렵거나 너무 똑똑해서 실수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두렵거나 너무 똑똑하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했던 가설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가설을 반증하는 사실을 찾았을 때에도 이를 무시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선생님은 창업자가 두려움을 직면한 그 순간이 해결해야할 일을 찾은 좋은 신호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해당 신호가 좋은 신호임을 아는 창업자가 메타인지가 좋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지능이 높은 사람임을 판별할 수 있는 상황은 생각해보면 꽤 있습니다.
가끔 지인들이 이직을 위해 스타트업 추천을 해달라고 합니다. 이때 저는 시간을 돈으로 치환해서 근무할 회사가 아니라 투자할 회사라고 생각을 바꿔보기를 추천합니다. 창업자를 잘 판단하자는 이 글은 비단 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글은 아닙니다.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임직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공동창업자끼리 서로를 판단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창업자의 경우 최고의 인재만을 채용한다는 느낌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앞선 VC 선배님은 자신만의 질문 시트를 가지고 함께하고 싶은 상대방에게 몇 시간 동안 폭풍 질문을 하신다고 합니다. 저는 상대방과 식구(食口)가 되고 싶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에서 상대방의 꿈과 결핍에 대해서 꼭 물어보곤 합니다.
똑똑한 사람은 바로 앞의 이득을 보는게 아니라 멀리 봅니다. 강력한 동기는 그 사람에게 멀리까지 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높은 지능과 강력한 동기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해야만 합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에서 그런 사람을 보통 현명하고 지혜롭다고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과 식구(食口)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