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해자 기업 수사대: 탱크터미널

지난 번 글에서 경제적해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경제적해자를 갖춘 기업은 무형자산, 전환비용, 네트워크 효과, 규모 및 원가우위 등을 통해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높은 영업 Margin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PE 일을 할 때, 개인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을 하나만 말하라 하면 ”경제적 해자”입니다. 단언컨데 투자 대상 선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경제적해자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무형자산은 라이선스, 브랜드, 특허 등으로 신규 경쟁사가 진입하기 힘든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Economic Moat를 갖춘 기업을 탐색하는 것이 PE의 Deal Sourcing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PE는 결국 경제적해자 기업 수사대입니다."

경제적해자 구축 대표사례: 폐기물 산업

대표적으로는 폐기물 산업이 있습니다. 폐기물 산업은 환경부 및 한국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에게 까다로운 검토 기준을 바탕으로 허가 승인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산업으로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해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폐기물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

더군다나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온실가스 및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제한 규정등의 규제를 위반한 사업자는 지속적인 퇴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기술 규제 강화에 따른 초기 비용 및 유지보수 Capex 지출이 증가하여 신규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폐기물 산업의 특성

국내 폐기물 수집 및 운반 전문 업체가 발생 폐기물을 소각, 매립 또는 재활용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후 소각된 폐기물의 잔재는 매립지로 이동되어 최종 처리됩니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높은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요구되며, 엄격한 환경 규제 및 인허가 요건 등으로 인해 다른 산업군 대비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더군다나 소각 후 매립 과정에서는 결국 폐기물을 묻을 수 있는 땅이 있어야 하며, 이는 결국 한정된 부동산 입지와 더불어 환경 규제로 인해 무한정 증가할 수 없는 제한된 공급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수요-공급의 균형을 이루며, 폐기물 소각 및 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처리 비용은 상승하게 됩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보면 폐기물 발생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민간 폐기물 처리업체의 폐기물 처리량과 소각단가는 인플레이션 이상의 상승 추이를 보여오고 있습니다.

WSJ: The Next Big Wall Street Stock? It's Trash

이런 폐기물 업체들의 경제적해자를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으로 Wall Street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는데요.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 하나 공유드립니다.

폐기물이 PE들에게 사랑 받던 이유

PE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폐기물 산업에 그토록 주목해온 이유는 명확합니다. 높은 진입장벽, 볼트온 전략을 통해 쉽게 달성 가능한 규모의 경제, 경기 민감도가 낮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우상향 실적 시현 등. 2년 전 KPMG에서 발간된 보고서에 보다 자세히 담겨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Source: ESG시대, 폐기물 처리업의 주인은? (삼정KPMG 경제연구원)

위의 그래픽에서 알 수 있듯 2010년 맥쿼리PE를 필두로 시작된 PE의 폐기물 업체 인수 및 볼트온 활동은 최근까지 지속적되었습니다.

EQT파트너스, 제네시스PE서 케이제이환경 등 재활용 플랫폼 인수
EQT파트너스, 제네시스PE서 케이제이환경 등 재활용 플랫폼 인수

얼마 전에는 글로벌 PE인 EQT파트너스가 제네시스PE로부터 케이제이환경 등 재활용 플랫폼을 1조원이 상회하는 금액으로 인수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독] 사모펀드 ‘IMM 컨소시엄’, 에코비트 2.1조원에 인수
[단독] 사모펀드 ‘IMM 컨소시엄’, 에코비트 2.1조원에 인수, 차준호,박종관 기자, 경제

태영그룹과 KKR이 50%씩 보유하던 국내 1위 폐기물 업체인 에코비트는 IMM컨소시엄(IMM PE, IMM인베스트먼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IMM의 품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해자를 구축함과 동시에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실적을 시현할 수 있고, PE가 가장 잘하는 볼트온 전략을 통해 외형 확장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Margin 개선까지 가능한 폐기물 산업.

이제는 M&A 시장에서 Consolidation이 충분히 이루어져서인지 거래대금의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혹자는 이런 의문점을 제시합니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음식이 없다는 말처럼,
이미 PE 손을 한 두번씩 탄 산업의 매물은
더 이상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렵지 않을까? "

물론 폐기물 산업의 Value Chain 을 잘 들여다보면, 아직은 PE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일부 기업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용폐기물, 음식 폐기물 등 조금 더 세분화된 영역에서는 아직도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젠 폐기물 말고도 다른 산업을 열심히 찾아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적해자 수사대에 걸린 탱크터미널 업체

PE는 이미 "탱크터미널 기업"을 인수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지식인 질문 내용 캡쳐

지난 6월 네이버 지식인에는 위와 같이 탱크터미널 회사들을 PE가 인수하는 이유와 그 메리트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는데요. 저도 한 번 이에 대한 답변을 서술해보려 합니다.

  1. PE는 기업을 인수할 때, 장기적인 실적 Projection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되는 경우, 현금흐름을 고려하여 더 과감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2. 경기에 너무 민감한 시크리컬 산업의 경우, 5년 뒤 사이클에 따라 Exit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므로 경기 민감도가 낮은 산업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라이선스, 정부 규제, 인허가, 부동산 입지 등으로 기존 사업자의 사업 영역이 보장되면서 신규 경쟁사의 진입이 제한되어야 합니다.
  4. 유사한 업체를 인수하여 합병하는 볼트온 전략이 용이한 경우, PE는 인수 업체를 보다 쉽게 Value-up하여 더 높은 가격에 Exit을 하는 것이 용이합니다.

위의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기존 폐기물 산업이었는데요. 오늘 글에서 다룰 탱크터미널 산업 또한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그 전에 탱크터미널이 과연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탱크터미널이란?

"요즘 신재생에너지가 주목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에너지는 바로 석유입니다. "

자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에너지 자원의 물류중심지를 구축하여 에너지 공급의 안정적을 확보하려는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석유물류 중심지의 구축을 통해 싱가포르 및 ARA지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략비축유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물류형 석유비축'이라고 하는데요. 석유물류중심지를 통해 전략적 석유비축 + 수익창출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석유물류는 탱크에 저장하여 이를 유통시키는 활동이 주를 이루는데요. 따라서 석유물류중심지의 핵심은 탱크터미널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석유를 저장하는 곳을 탱크라고 부르며, 그 탱크가 모여있는 곳을 탱크터미널이라고 합니다. 탱크터미널 사업은 결국 석유를 저장하는 사업입니다.

탱크터미널

탱크터미널에 저장되는 석유관련 품목은 원유,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윤활유 등), 석유화학제품 등이 있습니다. 석유물류는 저장하기 위한 탱크 시설이 요구되며, 이를 취급하기 위한 항만 하역시설인 부두시설이 필요하며, 이를 포괄적으로 탱크터미널이라고 합니다.

탱크터미널 업체의 경제적해자 요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PE가 탱크터미널 산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해자 요소가 등장합니다.

  1. 탱크터미널 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초기에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요구됩니다.
  2. 산업 특성 상 선박을 통해 석유를 운반하므로 항만 입지 선정이 중요하며, 제한적입니다.
  3.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습니다.
    하역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져 인력이 적게 필요하여 고정비가 제한적입니다. 결국 취급물량이 증가할 수록 단위당 보관비용 및 하역비용이 증가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가 확실하게 발현됩니다.
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PE 일을 할 때, 개인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을 하나만 말하라 하면 ”경제적 해자”입니다. 단언컨데 투자 대상 선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지난 번 경제적해자 관련 글에서 다룬 것처럼, 초기 엄청난 Capex 투자가 필요하여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 결국 선박 운반 및 하역을 위한 부두시설이 필요하여 입지도 제한적입니다. 추후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더 높은 Margin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탱크터미널 업체들은 EBITDA Margin이 40~50% 이상 찍히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해자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Margin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경제적해자 산업인 셈이죠.

탱크터미널 사업 수익 구조

탱크터미널 사업 흐름(출처: UTK 홈페이지)

위의 사진은 국내 대표적인 탱크터미널 업체 UTK 홈페이지 소개자료 일부인데요. 유조선 혹은 탱크 트럭을 통해 운반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저장탱크에 하역하여 보관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하역관련 수수료를 받고 저장하는 기간동안 수수료를 수취하죠.

탱크터미널 사업 개요(출처: UTK 홈페이지)

탱크터미널 업체의 매출로는 크게 (1)화물보관료, (2)화물취급료, (3)하역수수료, (4)부두접안료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메인은 액체 화물 보관료이며, 해당 화물을 Blending하거나, 선박, 저장탱크 및 ISO컨테이너 질소 공급 등의 부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출처: UTK 홈페이지)

대부분의 출하 및 저장 절차는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인력을 최소화 하여 고정비가 제한적이며, 결국 규모의 경제 효과에 최적화 된 산업입니다.

폐기물산업은 인허가 관련 이슈로 진입장벽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증가하는 폐기물 발생량과 그와 더불어 상승하는 폐기물 처리단가로 인해 안정적인 매출 성장 추구가 가능했는데요. 탱크터미널은 어떨까요?

석유화학 탱크터미널 업의 특성상 석유화학 산업 호황기에는 입출고량 증대로 수익성이 증대되며, 불황기에는 재고 확대로 인한 화물보관료 수입으로 실적이 안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경기 침체로 인해 석유화학 업종이 어려워지더라도 재고 증가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을 보관해야하는 상황에서 탱크터미널 업체의 수익은 보전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큰 탱크터미널은 어딘가요?

중국에 Sinopec, CNPC, PetroChina, 미국에  Kinder Morgan, Buckeye, Marathon, Enterprise, Magellan, 유럽에는 Vopak과 Oiltanking이 있습니다.

글로벌 Top 10 탱크터미널 업체가 세계 총 용량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Insights Global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Who are the biggest players in the tank terminal market? - Insights Global
In the global commercial tank storage industry thousands of terminal operators are active. Without taking a terminal operator’s specific function, it is interesting to learn who the biggest players are in the international tank terminal market.

PE들은 이미 탱크터미널 업체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IMM PE, ‘탱크터미널 운영’ UTK 3000억 인수 - 매일경제
울산항 액체화물 저장시설맥쿼리와 매매 계약 체결

탱크터미널 산업은 폐기물과 닮아있어 인프라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역시 초창기에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PE)가 거래를 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IMM PE가 다시 맥쿼리에게 UTK를 3천억에 인수했습니다.

[단독] IMM인베스트먼트, SY탱크터미널 인수 - 매일경제
여수 소재 액체화물 저장탱크두차례에 걸쳐 2000억 투입4년만에 잔여지분 인수 완료

IMM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SY탱크터미널 지분 절반을 인수하고 4년뒤인 2022년에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인수하여 총 2천억원에 인수를 완료하였습니다.

폐기물 업체, 탱크터미널 업체와 같이 현금흐름이 일정하여 Projection이 용이한 경우, 초기 인수 단계에서 인수금융을 사용하여 지분 절반을 인수하고, 3~4년 뒤 기업의 현금흐름을 이용한 Recap 및 잔여 지분 인수 마무리 절차를 거치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탱크터미널 업체가 모두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하는 것은 아닌데요. 실제로 성운탱크터미널은 시공사 부도 등에 따른 공사 지연과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이자 비용으로 적자를 기록하다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출처: 이데일리 기사

결국 성운탱크터미널은 2018년 큐리어스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NPL 대부분과 지분67%를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지오투자파트너스에게 매각하여 IRR 40%를 기록한 사례가 있습니다. 여기서 시기적으로 꽤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요. 거래가 이루어진 2020년 7월은 COVID-19로 인한 시장 경제 충격이 한참이었을 때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유가 수요 감소로 인해 유가는 유례 없는 수준으로 하락하였습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성운탱크터미널은 COVID-19로 항공, 자동차에 쓰여야 하는 원유가 남아 돌면서 이를 저장할 원유 보관 탱크도 품귀 현상을 보였고, 실제 원유 저장 탱크 임대료는 단기적으로 10배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 실적은 박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탱크터미널 업체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던 순간이었습니다.

PE들은 이미 Next 폐기물 산업을 찾아 떠나고 있습니다. '탱크터미널 산업'도 그 중 하나입니다.

"과연 경제적해자를 갖출 수 있는 PE가 접근하기
유리한 산업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흥미로운 산업 또는 기업을 찾으신 분께서는 경제적해자 기업 수사대(romanceip5@gmail.com)에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