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회사에서 투자받는 회사로 오고 생각한 3가지

글 읽으면서 듣기를 추천하는 BGM은 얼마 전 한국에 내한한 프랑스 DJ Darius의 FEESL RIGHT 입니다.
Darius - FEELS RIGHT ft. Duñe (Official Music Video)

VC가 성공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저는 VC가 유의미한 도움을 적재적소에 스타트업에게 잘 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유의미한 도움을 적재적소에 주고 싶어서 투자하는 회사에서 투자받는 회사로 왔습니다. 뛰어나신 선배님들 앞에서 의견을 내기엔 너무 짧은 경험이지만 결국 투자하는 회사건 투자받는 회사건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합니다.

01. 투자자는 스타트업 내부의 사정에 대해서 100% 알 수 없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서로 가면을 쓰고 만난다. 보통의 투자자는 스타트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때에 맞춰 다양한 가면(솔직한 가면, 멋있는 가면, 친절한 가면 등)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잘 포장된 가면을 사용한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은 피칭을 포함한 여러 검토 과정을 통해 서로의 가면을 벗긴다. 하지만 벗기기 쉽지 않다. 가면이 벗겨지지 않으려 이중 삼중으로 테이핑을 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마음먹고 감추고(알리고 싶지 않은) 싶은 사실을 감춘다면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처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본인이 속했던 투자사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검토했기에 주로 검토하는 대상은 사람이었다. 여타 다른 심사역들이 하는 것처럼 대표님들과 밥/술/커피를 먹기도 했고 직원들의 인터뷰를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알고 싶어하는 회사의 속사정과 진짜 고민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때 본인은 항상 대표님들의 비언어적인 행동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나를 대상으로 하는 비언어적인 행동이 아닌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언어적인 행동. 예시로 음식점 종업원을 하대하는 대표님을 좋지 않게 판단했다. 다만, 음식점 종업원을 하대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기업 가치 성장과 상관 관계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비언어적인 행동을 보고 싶다고 해서 내부의 사정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을 넉넉히 두고 지속적으로 만나서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꾸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밥/술/커피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통의 관심이 있는 방식(운동, 캠핑, 게임, 사우나 등)을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초기일수록 투자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 신뢰를 쌓거나 검토에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상투적인 답이지만 나중에 이슈가 생기더라도 "그때 나는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최선을 다해 끝까지 노력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02.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가 정의하는 조직문화란 조직원들이 조직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바꾸기 위해선 리더의 말로는 부족하다. 리더의 솔선수범과 함께 여러가지 세밀한 장치들을 고안해 조직원들의 말하고 행동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넓게는 재택근무를 비롯한 업무하는 방식부터 좁게는 닉네임까지 우리가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경험해본 그 모든 것들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장치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시로 회사에서의 법인카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식사를 하고 업계 동료와 커피를 마시고 늦은 퇴근에 택시를 사용하고 책과 강의를 결제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흔한 스타트업의 복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투명성에 있다. 모든 임직원이 서로의 법인카드 내역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조직원이 다른 조직원의 잘못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잘못된 사용을 하는 조직원에 대한 합당한 대응이지 법인카드 사용 방식의 변경이 아니다.

여기에도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Positive fly wheel과 Winning mentality가 반영되어있다.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이처럼 조직문화에서도 Positive fly wheel과 Winning mentality가 중요하다. 리더가 솔선수범하면 조직원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쌓일 것이다. 리더는 보여준 신뢰와 존경에 대한 보상을 제공다. 해당 보상은 다시금 리더의 솔선수범과 함께 더 깊은 신뢰를 형성할 것이다. 조금 더 직접적인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들 수 있다. 리더는 조직원을 과감한 보상으로 채용한다. 조직원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와 함께 기대에 부흥한다. 리더는 해당 조직원들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 조직원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결국 조직문화에서 제일 중요한 원칙은 회사의 인재상과 일치하는 조직원을 뽑는 것이다.

03. 사람은 정말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엘리트 비즈니스다. 여기서 엘리트란 좋은 학교와 커리어가 아니라 S급 인재를 의미한다. S급 인재는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은데 계속해서 노력해서 발전하는 말 그대로 S급 인재를 의미한다. 스타트업이 S급 인재들로 이루어진 비즈니스여야 하는 이유는 한정된 자원(돈과 시간)을 바탕으로 여러 예측 불가능한 상황속에서 사업을 궤도에 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S급 인재들이 모여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경쟁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업에 쏟았는데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면 (1) 잘못된 바다를 선택한 선장의 잘못이거나 (2) 옳은 바다에서 잘못된 방향을 잡은 선장의 잘못일 것이다.

사람이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선장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장은 자리에 의해 S급 인재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선장도 S급이 아닌 인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만약 선장이 S급 인재라고 하더라도 보통의 개인은 자기만의 시야에 매몰되기 마련이기에 시야를 넓혀주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복이 불가능한 선택지라면 개인의 의사결정 보다는 몇 시간 더 걸리더라도 집단 지성을 사용하는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만 선장의 직감이 집단 지성을 이기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선장은 더더욱 어려운 자리이면서 중요한 것이다. 선장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보통 꽃에는 벌이 모이고 똥에는 파리가 꼬이기 때문이다.

결론

투자하는 회사건 투자받는 회사건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 BZCF의 블로그를 통해 에어비앤비의 바퀴벌레 같은 생존 이야기를 접했다. 에어비앤비는 초기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시리얼을 만들어서 팔았고 Paul graham이 이를 좋게 인식했다는 것.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성공하지만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고 생각한다.